전례와 미사의 영성 (40) 성체를 쪼갬 미사 때 평화의 인사 후 신자들은 자연스럽게 제단 위 사제의 행동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때 사제는 작고 낮은 목소리로 기도하면서 성체를 쪼갭니다. 그리고 쪼갠 성체 조각 일부를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습니다. (아~ 그렇게 하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느님의 어린양’을 열심히 노래하시느라 미처 사제의 행동을 못 보실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사제는 성체 조각을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고 깊은 절을 한 다음, 성반 위에 성체를 받쳐 들어 올리고 (또는 성작 위에 성체를 받쳐 들어 올리고)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말합니다. 자, 그런데 사제는 왜 성체를 쪼개어 그 조각을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을까요? 무엇보다 사제는 성체 조각을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으면서 이렇게 조용히 기도합니다. “여기 하나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이를 받아 모시는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게 하소서.” 즉, 이제 영성체를 통해 우리가 받아 모실 성체와 성혈이 우리 구원을 위한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해달라는 기원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우리 또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바치는 것이죠. 그래서 쪼개진 성체가 성혈과 다시 합쳐지는 것은 “구원을 이루시는 주님의 몸과 피의 일치, 곧 살아 계시고 영광을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일치를 표시”(미사경본 총지침 83항)하며, 파스카 신비 안에서의 일치를 표현하게 됩니다. 사실 빵을 쪼개어 나누는 예식은 사도 시대 교회에서도 중요한 예식이었습니다. 빵을 나누는 것은 무엇보다 공동체의 일치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며, 한 식탁 안에서 빵을 나눠 먹으면 모두가 한 형제임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의 빵을 쪼개어 나눔은 무엇보다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찬례를 ‘미사’라 부르기 전에는 ‘빵 나눔’(Fractio panis)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8~9세기경부터 성찬례를 위한 작은 빵이 등장하면서 빵을 떼어 나눌 필요는 사실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이가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고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빵을 쪼개고 그 조각을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는 것입니다. 이처럼 빵을 나누는 예식은 이제 곧 행할 영성체를 통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1코린 10,17 참조)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제가 성체를 쪼개어 나누고, 그 조각을 성혈이 담긴 성작에 넣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이가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고 그분과 한 몸을 이루게 된다는 놀라운 사랑의 신비를…. [2023년 1월 22일(가해) 설(하느님의 말씀 주일) 춘천주보 2면, 김혜종 요한 세례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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