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 주일과 성서주간
매일 한두 구절이라도… 성경 가까이 하기를 강조 - 2019년 3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외곽 비테르보의 성 크리스피노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복음서에 입을 맞추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9월 30일 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제정했다. 이로써 교회는 지난 2020년부터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지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서에서 이날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봉헌하는 날’로 선언하고 하느님 백성이 ‘성경을 더욱더 경건하고 친숙하게 대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1월 22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맞아 그 취지와 배경을 되새겨본다. 아울러 한국교회에서 지난 1985년 공표한 ‘성서주간’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살펴본다. 말씀이 삶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를 “우리 내면에 하느님 말씀을 위한 자리를 마련합시다! 매일 성경의 한두 구절을 읽읍시다, 복음서부터 시작합시다. 집에 있는 작은 책상 위에 성경을 펼쳐 놓읍시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매일 성경에서 영감을 얻읍시다. 우리의 어둠을 밝히시고 큰 사랑으로 우리 삶을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가까이에 계신다는 것을 발견합시다,” 지난 2020년 1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1회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강론에서는 이날이 지닌 취지와 의미가 잘 설명된다. 하느님 말씀인 성경은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전 의장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 말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먼지가 많이 쌓인 책’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서 교황은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과 신자 공동체와 성경이 이루는 관계야말로 우리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본질”이라며, 말씀이 주는 중요성을 역설하며 신앙인들에게 성경을 가까이할 것을 촉구한다. 교서에 따르면 하느님 말씀 주일의 기본 취지는 ‘전례주년의 주일 가운데 하루를 하느님 말씀에 특별한 방식으로 봉헌함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이 어떻게 우리를 위하여 당신 말씀의 보고를 열어 주시는지 교회가 새롭게 체험하자’는 것이다. 앞서 2016년 교황은 교서 「자비와 비참」에서 ‘주일 가운데 하루를 정해 그 주일을 온전히 하느님 말씀에 바쳐 주님과 주님 백성이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에서 샘솟는 마르지 않는 부요를 이해하는 날이 되기를’ 요청한 바 있다. 신자들이 하루를 특별히 봉헌하며 말씀에 심취할 필요성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말씀의 풍요로운 체험이 사랑의 태도와 구체적인 활동을 이끌기 때문이다. 이날은 특별히 ‘교회 일치’와 관련된다. 성경은 듣는 이들에게 참되고 굳건한 일치에 이르는 길을 가리켜 주기 때문이다. 연중 제3주일, 즉 해마다 유다인들과 맺는 유대를 강화하고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는 ‘일치주간’(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과 하느님의 말씀 주일 시기가 맞닿는 것은 단순한 시기상 우연이 아닌 이런 배경에서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장엄한 날로 지낼 고유한 방법으로는 성찬례 거행에서 성경 봉정을 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의 규범적 가치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권장된다. 또 특별한 방식으로 주님 말씀의 선포를 강조하고, 강론에서도 말씀에 마땅히 드려야 하는 공경을 부각하는 것 등이 권해진다. 본당 주임 사제들은 날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성찰하고 기도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성경 전체 또는 성경의 여러 책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성체분배자 등 말씀의 진정한 선포자 육성을 위한 신자 교육도 언급된다. 수원교구 복음화국장 이승환(루카) 신부는 “최근 한국교회에서 성경을 학문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지면서 말씀을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려는 경향도 늘어가고 있다”며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신자들이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여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하느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가운데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다짐해 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은 우리의 일용할 양식 한국교회에서 지내는 성서주간은 1985년 5월 주교회의 춘계 총회를 통해 결정됐다. ‘모든 신자가 성경을 가까이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성경과 적극적으로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정 배경이다. 아울러 모든 신자가 성경을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담겼다. 이 지침을 토대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는 1985년 10월 ‘성서는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라는 제목의 제1회 성서주간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도문도 배포했다. 담화에서는 ‘매일의 식사가 육신 생명을 지탱시키듯이 매일의 성서 봉독이 영신 생명을 지탱시킬 것’이라며 날마다 성경을 가까이할 것이 강조됐다. 당시 성서위원회 위원장 고(故) 김남수(안젤로) 주교는 담화를 통해 “성경에서 신자 생활이 흘러나와야 하며, 많이 아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서주간은 왜 전례주년을 마감하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주간에 지낼까. 이는 교회 안에서 1년 동안 선포된 구원 말씀을 되새기고 감사드리며 새로이 시작되는 전례주년에도 변함없이 매일의 양식으로 성경을 받아들이자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올해로 39회를 맞는 성서주간은 한국교회에 성경 공부를 가장 보편적인 신자 재교육 방편으로 정착시키는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월 22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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