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이해인 투명한 가을하늘 성모님을 부르면 해 뜨는 마음 가난해서 뜨거운 우리네 소망의 촛대 위에 불을 켜는 어머니 쉬임 없이 타오르는 주홍빛 불길 두 손에 가득 받아 언 마음을 녹인다 깊은 산골짜기 산나리 향기 먹고 담담히 흘러가는 물 같은 여인의 사랑 맑은 물 가슴에 차서 쓰디쓴 목마름을 씻어 없앤다 가을꽃 피어나듯 조용한 향기로 숨어 오시는 어머니 그의 이름을 부르면 길이 열린다 거미줄로 얽힌 죄 많음을 펄럭이는 촛불 되어 돌아오는 길 해를 안은 성모님과 영원을 산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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