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24."나는 맨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처럼 ~." - 파주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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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문숙 | 작성일2017-09-24 | 조회수1,53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마태 20,1-16(연중 25 주일)
오늘 말씀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말해줍니다. 곧 하느님 자비의 신비를 드러내줍니다. 먼저 <제1독서>에서 예언자 이사야는 말합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이사55,8)
또한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 지를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비유에는 세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하느님 자비의 신비가 숨겨져 있습니다. <첫째>는 포도원 주인은 대체 때를 가리지 않고 품꾼을 불러들인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품삯을 줄 때에 맨 나중에 불려 온 자부터 준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먼저 온 이들에게나 나중 온 이들에게나 똑같이 품삯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비유에서, 어떤 포도원 주인은 이른 아침에 나가서, 한 데나리온의 일당을 약속하고 일꾼들을 고용합니다. 한 데나리온은 그 당시, 서민가정의 하루 식비였다고 합니다. 밭 임자가 품꾼을 구하러 아침 9시에 나가보니, 아직도 일을 얻지 못한 일꾼들이 있어서, 그들을 포도원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12시, 3시, 5시에도 일이 없어 서 있는 사람들을 포도원에 보내어 일하게 합니다. 이처럼, 포도원 주인은 도대체가 때를 가리지 않고 품꾼을 불러들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끝나갈 저녁 무렵까지, 다섯 차례나 품꾼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일의 실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계산이라고는 아예 모릅니다. 사실, 이는 주인이 애시 당초부터 일을 부리기 위해 품꾼들을 불러들인 것이라기보다, 그들을 살게 하기 위해 불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늘나라는 불쌍한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 주어진 은총입니다. 그러니 부르심 그 자체가 이미 은총인 것입니다. 주인은 저녁에 품삯을 주면서, 늦게 온 사람들에게서 시작하여 아침 일찍 온 사람들까지 같은 일당을 쳐 줍니다. 우리의 합리적인 관념으로 보면, 공평하지 못한 처사입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굳이 늦게 온 이들부터 같은 품삯을 주는 이유는 무능하여 맨 나중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 대한 깊은 배려와 자비할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능력이 없는 까닭에 자비에 내맡길 수밖에 없는 “꼴찌”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꼴찌”가 먼저 자비를 입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필요한 자에게 우선적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는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하느님님의 자비는 우리의 공로에 준해서 베풀지는 것이 아니라 자비가 필요한 곳에 먼저 부어진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포도원 주인은 먼저 온 이들에게나 나중 온 이들에게나 똑같이 품삯을 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먼저 온 품꾼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에게는 계약을 맺은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뒤에 온 이들에게는 자비가 베풀어졌던 것입니다. 사실, 주인은 품삯을 셈해줌에 있어서,정당함에 자비를 더하여 셈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늘나라는 인간이 일한 대가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주권적인 사랑의 베푸심입니다.
결국,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이 이유’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치 포도원 주인이 애초부터 은혜를 베풀기 위해 품꾼들을 포도원으로 불러들였듯이,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기 위해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온 이든, 나중 온 이든 모두가 자비를 입었을 뿐인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느님의 주권적인 사랑입니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일찍 포도원에 와서 일한 사람들이 불평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나는 맨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마태20,12-13)
사실 은혜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치 포도원 주인이 애초부터 은혜를 베풀기 위해 품꾼들을 포도원으로 불러들였듯이,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기 위해,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당신의 교회로 불러들이셨습니다. 여기에는 먼저 온 이와 나중 온 이가 따로 없으며, 모두가 자비를 입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첫째라고 뻐기거나, 혹은 꼴찌라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을 앞세우는 데는 “첫째”가 되고, 자기를 내세우는 데는 “꼴찌”가 되어야할 일입니다. 우리의 가멸은 처지를 슬밉다 하지 않으시고, 비천한 신세를 자비로 돌보시는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일에 있어 첫째가 되어야할 일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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