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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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7-11-03 | 조회수1,26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성직자 묘역에서 선배들이 곤히 잠들어계신 성직자 묘역에 들를 때 마다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무덤이 줄지어서있는지 모릅니다. 다들 한때 잘 나가던 분들이었고 나름 한 가닥씩 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도 보송보송 솜털 같던 시절과 꽃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자취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덩그러니 흙무덤 하나, 그 속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유골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순환의 법칙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으며 봐주는 것이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 순간, 꽃 같은 젊음이 가고, 인생의 절정기도 가고, 그 좋았던 시절도 가고, 결국 우리 앞에 남게 되는 것은 시들고 메마른 육체요 임박한 죽음뿐입니다.
언젠가 우리의 유한한 육체가 소멸되는 순간은 우리 삶이 종료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랑의 하느님과 결합되는 새 출발의 순간입니다. 죄스런 우리 삶이 용광로같이 뜨거운 하느님 사랑 앞에 완전히 녹아버리는 기쁨의 순간입니다. 자격 없는 인간의 유한한 생명이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환희의 순간입니다.
한 존재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 소멸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그런데 그 일이 이제 우리 각자의 죽음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도 그분처럼 우리 안에 생명의 불꽃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은혜롭고 과분한 일인지요.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노예상태에서 자유인으로, 어둠의 세상에서 광명의 세상으로, 혼돈 상태에서 완벽한 평화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죽음은 고통과 저주가 축복과 은총이군요.
더불어 반드시 기억할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의 순간에 은혜로운 파스카 체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매일의 삶 안에서 파스카의 신비를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우리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하느님께서는 지상에서부터 천국 체험이란 선물을 건네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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