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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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7-12-12 | 조회수1,819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분노에 더디신 하느님
우리 모두의 무관심과 무신경으로 황량한 길거리로 나앉게된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한 그룹홈 운영위원회를 다녀왔습니다. 부모로부터,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친척들로부터, 이웃들로부터, 결국 우리 모두로부터 냉동댕이쳐져 살아온 상처투성이의 날들이 가져온 결과는 정녕 참담합니다.
백퍼센트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와 가족들로부터 제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삶은 늘 뭔가 허기와 갈증으로 가득합니다. 사랑은 커녕, 학대와 방임, 무관심과 폭력 등등으로 인해 야기된 애정결핍은 평생 극복하기 힘든 큰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로 인해 나이가 들고, 풍채도 당당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평생토록 홀로 비맞고 서 있는 상처투성이 아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만 해도 너무 진이 빠지게 하는 한 아이 때문에, 오랜 시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하는 전형적인 문제아였습니다. 저는 그간 아이들과 살아온 제 나름의 경험을 돌아보며, ‘원판불변의 법칙’을 강조하며, 가급적 빨리 신부님·수사님들, 큰 형들이 우리에게 보내라고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모님들은, 절대 안된다며, 한번 맺은 인연을 포기할수 없다며,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아흔아홉 마리 양들을 남겨 둔 채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아차!’ 했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그가 양을 찾게 되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마태오 복음 18잘 12~13절)
우리는 너무 쉽게, 대(大)를 위해 소(小)는 당연히 희생되어야 마땅하다고 단정합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정도면 충분히 할만큼 했다며 포기하자고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우리 인간들은 너무 성급합니다.
그러나 우리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분노에 더디십니다. 단죄를 꺼리십니다. 그 대신 우리에게 성찰해보고 뒤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십니다. 언제나 큰 걸음, 큰 호흡, 큰 사랑으로 우리를 대하십니다. 결국 우리 인간은 빠름을 원하지만 하느님은 바름을 원하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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