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길을 간다 / 이해인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며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