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비 주일’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시대 한줄기 찬란한 빛 ‘하느님 자비’ 절실 - 파우스티나 성녀의 환시에 기인한 ‘하느님 자비’ 상본.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대희년을 맞은 2000년 부활 제2주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비의 사도’라 불리는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1905~1938) 수녀를 시성하면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제정했다. 성 파우스티나, 자비의 예수 증언 1905년 폴란드의 가난한 농부 가정에서 태어난 성녀는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가정부로 일하다 1925년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해 마리아 파우스티나라는 수도명으로 서약했다. 33세라는 이른 나이에 선종하기까지 주님의 자비를 깊이 묵상하고 ‘자비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증언했다. 특히, 많은 환시와 예언을 받았고, 그것을 일기로 기록했다. 오늘날 ‘하느님 자비’ 상본으로 널리 알려진 성화도 성녀가 체험한 강렬한 환시에 기인한다. 이 환시에서 예수님은 한 손으로 자신의 성심 근처를 움켜쥐고, 다른 손은 강복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예수 성심에서는 붉은색과 흰색 빛이 나왔다. 두 빛줄기는 창에 찔린 성심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를 상징한다.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이러한 자신의 성심에 대한 공경을 전파하라는 임무를 맡겼고, 이를 이행하면 영혼 구원을 약속했다. 이 신심의 이름이 ‘하느님 자비’이다. 성녀는 일기에서 “하느님 자비를 비는 5단 기도를 끊임없이 바쳐라. 그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누구나 임종할 때에 크나큰 자비를 받을 것”이라고 전하며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를 전파하기도 했다. 하느님의 자비 신심은 성녀의 환시 직후부터 전파되기 시작했고, 사후에도 계속됐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젊은 사제 시절 폴란드에서 이 신심을 열심히 실천했다. 교황은 시성식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20세기 격변의 상황을 돌아보며 “비극적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자비의 메시지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파우스티나 수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주님 부활 대축일의 복음을 보다 심도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빛을 주는 은사이며, 우리 시대 모든 사람에게 큰 빛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시대의 요청 하느님 자비는 시대의 요청이다. 전쟁의 잔혹함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작은 이기심부터 인간 존엄성 훼손, 생태계 파괴까지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필요한 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 “성녀의 메시지는 2000년의 마지막이자 3000년을 향한 다리와 영원히 연결된다. 메시지는 파스카 복음을 더욱 강렬하게 되새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을 주도록 한다”면서 시대를 초월한 하느님 자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4월 16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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