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길의 동반자
“형이 아우한테 말했다. 그 사람의 진짜가 보이는 것은 여행을 했을 때,
식사를 할 때, 도박판에 앉았을 때, 그리고 위급함이 나타났을 때이다.”(정채봉 ‘간장종지’ 중 ) .
함께 여행을 하면 동반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정채봉씨는 오늘의 루카복음 24, 30~31을 인용합니다. 예수님께서 식탁에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셨을 때
나그네들은 알아보았지만 예수님은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가는 두 여행객은 분위기로 보아 가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소위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 실망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분이라면” 하고 믿었던 터에 십자가의
죽음은 허탈 그 자체입니다. 이 때 두 여행객 사이에 끼어 든 한 사나이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두 여행객 사이에 말벗이 되었던 사나이는 두
사람의 인생길에 삶의 좌표를 확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나이는 다름 아닌 십자가에 처형되었던 그 예수였고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해 주신 부활하신
주님이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부활 신앙은 현재 사건의 연장입니다.
예수 부활 사건은 허구(fiction)가
아니라 사실(fact)입니다. 그분이 다가오시는 모습을 신앙의 눈으로 보고, 그분이 말씀하실 때 신앙의 귀로 들어야 합니다. 신앙생활의 두 가지
무장은 하나는 성경이요 하나는 성체입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와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 32). 성경을 읽는 게 아니라 주님이 말씀하실 때 신앙의 감동을 얼마나 느끼는 가가 중요합니다.
주님은
과거에 말씀하신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하십니다. 말씀을 받아들여 실천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또 하나는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성체는 신앙인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먹거리입니다.
주님을 먹지 않고 잘 살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 인생의 여행에 인도자(guide)이신 예수님은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내 삶이 풍요롭도록
미사를 집전해 주십니다.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에서 영육 간 건강하도록 배려해 주시는 주님은 오늘도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주십니다.
알렐루야!
[말씀자료 : -이영묵 몬시뇰 부산교구- I 편집 : 원 근식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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