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돋보기] 성모 성월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해마다 5월이 되면 성모당에는 본당별, 단체별로 성모의 밤 행사가 날마다 거행되며 정성되이 바치는 성가가 울려 퍼진다. 또한 성모당이 아니더라도 본당마다 성모님께 봉헌하는 아름다운 밤 행사가 진행된다. 2020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코로나19로 아픔의 시기를 겪는 모두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자고 초대하기도 하셨다. 왜 우리는 5월을 성모 성월로 지낼까? 싱그럽게 핀 장미꽃이 성모님과 잘 어울리는 봄철, 5월이기에 성모님의 달로 정해졌을까? 좀 뜻밖이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성모 성월을 5월에 지내는 전례적인 근거나 전례력상의 연결 고리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고, 따라서 성모 성월을 위한 공식적인 전례 예식도 없다. 성모님의 달을 5월에 지내는 것은 유럽의 계절적,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꽃이 피고 화창한 봄철의 축제를 지내는 사회적 분위기에 성모님을 공경하고자 하는 신심이 자연스레 결합되어 성모님을 축제의 중심으로 모시고 기도와 찬미를 드리려는 열망이 확산된 것이 성모 성월의 기원이라고 한다.(C. Maggioni, ABC Per conoscere Maria, 47 참조) 5월 한 달 동안 호칭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께 특별한 정성을 드리는 성모 성월의 본격적인 전통은 17~18 세기에 수도 공동체로부터 시작되어 각 본당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20세기에 이르러 서방교회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비오 12세 교황님은 1947년에 발표하신 회칙「하느님의 중재자(Mediator Dei)」를 통해 성모 성월이 “거룩한 전례에 속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중요하고 품위 있는 신심 행위’(182항)임을 밝혀주셨다. 또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1965년 폐막을 앞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그 결실을 풍성히 거두고, 두 번의 세계 대전의 아픔 뒤에 다시 세계 평화를 위협하던 냉전 상황을 환기시키며 특별히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전 교회가 5월, 성모 성월에 더욱 열심히 성모님께 간구하자고 초대하셨다.(회칙 「5월(Mense maio)」, 3~4항 참조)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팬데믹 상황에서의 기도 권고까지, 현대의 교황님들은 성모 성월에 당시 교회가 처한 어려움들을 성모님께 봉헌하며 특별한 도움과 전구를 청해 오셨다. - 바티칸에 설치된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모자이크. 'Totus tuus, 온전히 당신의 것'은 모자이크를 설치하도록 명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모토이다. "나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고,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의 첫 구절이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성모님께 대한 신심이 전례 거행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모 성월은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지만 전례력과 큰 연관 없이 계절적인 분위기와 대중 신심에 근거해 지내 왔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날을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선포하신 것은 의미가 깊다. 주님 부활 대축일 50일 뒤에 오는 성령 강림 대축일과 그 다음날인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은 주로 5월에 거행되기에(올해는 5월 29일) 우리가 성모 성월을 지내면서 전례 안에서 성모님의 삶,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기는 좋은 계기를 얻은 것이다. 성모님은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 예수님의 곁을 끝까지 지키셨으며, 십자가상 예수님의 명으로 사도 요한으로 대표되는 교회를 새로운 당신 아들로 품으셨다.(요한 19,25 참조) 또한 성령 강림을 기다리시며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셨고(사도 1,14) 온유함과 겸손의 모성으로 성령을 받고 새로 태어난 교회의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바로 우리가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모시는 이유이자 이 기념일을 교회가 시작된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날 지내는 이유이다. 성모님에 대한 이 호칭은 이미 성 바오로 6세께서 1964년 발표하셨고,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바티칸에 ‘교회의 어머니’ 모자이크를 설치함으로써 더욱 강조되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회가 어머니 마리아를 본받아 여성적인 모성애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교회의] 여성적인 차원이 없을 때 교회는 참된 정체성을 잃게 되고 교회가 아니라 (단순히) 하나의 자선단체나 축구팀 같은 무엇이 되고 맙니다.”(「바티칸 뉴스」 2018년 5월 21일자 참조) 따스하고 온유하며 자비로운 성모님의 마음, 사랑 넘치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교회가 신자들에게, 또 신자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을 교황님은 강조하신 것이다. 올해 성모 성월에는 어머니 성모님의 따스한 품에 안겨 듬뿍 사랑 받으며 ‘자선단체나 축구팀의 구성원’이 아니라 따스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이웃들에게 전하는 이들이 되기를 다짐하며, 교회의 어머니께 도움을 청하는 묵주기도를 드려야겠다. [월간빛, 2023년 5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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