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성심 성월 특집] ‘예수 성심’ 알아보기
인간 구원 위해 상처 입은 성심… 무한한 하느님 사랑의 상징 - 독일 베르그루엔 미술관에 소장 중인 ‘그리스도의 십자가형’. 출처 위키미디어 예수 성심 성월이 돌아왔다. 6월 한 달 동안 교회는 예수 성심을 특별히 공경하고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드러내신 예수님 마음을 묵상하도록 권한다.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물을 길으리라」를 통해 “예수 성심 신심이야말로 매우 효과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하는 탁월한 방편이며, 현대 사회에 적합한 신심으로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가장 효험있는 학교’”라 불렀다. 예수 성심이란 사전적 의미로 ‘예수 성심’(聖心)은 사람을 향한 사랑의 상징으로서, 예수님의 육체적 심장을 가리킨다. 하지만 오늘날 이 말은 예수의 심장만을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신 신비와 수난과 죽음, 또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 등을 통한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끝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구절처럼,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은 창조를 통해, 특히 당신 모상인 인간의 창조를 통해 드러났고, 또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 아들을 세상에 파견하고 그로 인해 수난하고 대신 죽게 함으로써 온전히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후 창에 찔리셨을 때 피와 물이 나온 장면(요한 19,34)은 교회 초기부터 중세 신비가들에게 이르기까지 열렬한 묵상의 대상이 됐다. 특별히 교부들은 예수의 성심을 사랑과 모든 초자연 은총의 샘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나온 것을 ‘천상 보화의 창고에서 무수한 은혜가 쏟아져 나온 것’에 비유했다. 이 성심에서 흐른 물과 피는 죄로 죽은 인간을 깨끗이 씻고 새 생명을 주는 세례의 물과 새로 태어난 백성을 먹여 기르는 성체성사를 상징한다고 봤다. 마치 하와가 아담의 옆구리(갈빗대)에서 나온 것처럼, 그리스도의 신부로 구세주의 상처 입은 성심인 예수의 옆구리에서 그의 피를 나누어 받은 교회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예수 성심은 성체성사의 원천이다.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끝없는 사랑이 성체성사로 드러난 것이다. 이 성사는 당신 자녀들을 영적으로 키우시고 영원히 살리고자 하는, 하느님의 헤아릴 길 없는 사랑이라 할 것이다. - 잘츠부르크 성 샤를 보로메 교회에 소장 중인 ‘예수성심’. 출처 위키미디어 예수 성심 공경의 역사 예수 성심에 대한 공경은 중세기 이전에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었다. 그러다 12세기 무렵 성 안셀모, 성 베르나르도, 성 보나벤투라가 중심이 돼 예수 성심을 공경했고, 이후 특히 13~14세기 신비가들이 예수 성심께 대한 신심을 수립 발전시켜 나갔다. 14세기에는 예수 성심 공경이 ‘새 신심 운동’이라는 신심 운동과 관련해 번져갔다. 16세기 들어서는 예수회가 예수 성심 공경을 활성화했다. 17세기에 얀센주의와 같은 이단적인 사상이 성체성사를 경시하자, 성심에 대한 공경이 공적으로 시작됐다. ‘예수 성심과 성모 신심의 전례 공경의 창시자’로 불린 프랑스 오라토리오 회원 성 에우데스(Jean Eudes, 1601~1680)는 1672년 10월 20일 프랑스 주교들 인준을 받아 교회 최초로 예수 성심 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그는 예수 성심을 위하여 처음으로 시간 전례를 바치도록 한 인물이다. 예수 성심 공경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세계적으로 보급된 계기는 프랑스 파레이르모니알 성 마리아 방문 수녀회의 성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수녀(Margarita-Maria Alacoque, 1647~1690)다. 알라코크 수녀는 1673~1675년 여러 차례 예수 성심에 대한 신비 체험을 했는데, 그 환시에서 예수님은 성녀에게 예수 성심 축일을 제정하고 예수 성심 금요일과 성시간을 장려하라는 임무를 줬다. 6월 예수 성심 성월은 프랑스 우아조(Osieaux) 수도원과 여러 지역에서 신심 행사로 시작됐으며, 1873년 비오 9세 교황이 대사 반포와 동시에 정식 인가했다. 예수 성심 축일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부터 대축일로 기념해 오고 있다. 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 관구장 고무찬(베네딕토) 신부는 “현대에서 예수 성심 공경의 의미는 이웃을 향한 봉사와 정의를 향한 투신 등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고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6년 성 마리아 방문 수녀원에 남긴 편지를 예로 들었는데, 당시 교황은 “그리스도의 성심에 접촉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의 사랑을 어떻게 함께 일치하게 하는 지 알게 된다”며 “이런 방식으로 미움과 폭력이 만연된 곳에 예수 성심의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것이 구세주 성심에 의해서 요청되는 참된 보상”이라고 썼다. [가톨릭신문, 2023년 6월 4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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