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순박한 두 여인의 만남에서 순명을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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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8-05-31 | 조회수1,942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령으로 임신한 마리아는 길을 나서 유다 산골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는다. ‘태중의 아이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고 말하면 과연 언니가 믿어 줄까?’ 그런데 엘리사벳을 만난 그 순간 이 걱정일랑 사라졌다. 그녀는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 인사말에 제 태 안의 아기가 즐거워 뛰놉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 말씀이면 다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임신에 결코 의심을 품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임신은 반신반의한 오해도 있었지만, 이 만남으로 이제는 그 의심이 기쁨으로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마리아야말로 여인들 가운데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라 찬양한다. 그만큼 마리아를 믿었다. 그녀가 마리아를 믿었던 이유는 평소에 마리아의 믿음을 너무 잘 알았기에. 그리고 마리아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살았기에. 이에 마리아도 응수한다. 라틴어로 ‘마니피캇’(Magnificat)이라고 불리는 이는 마리아가 스스로 가난하고 비천한 이임을 고백하면서도, 작은이들을 통하여 놀라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이다. 자신을 하느님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드리는 이 ‘마리아의 노래’는 가장 아름다운 찬미가로 꼽힌다. 이는 단순히 성모 마리아의 개인적인 찬가라기보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분 구원을 영원토록 찬송하는 노래이니까.
사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잉태 소식을 듣고서 엘리사벳을 방문한 건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게다. 이리하여 위대한 두 여인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누구에게나 불가능인 것을 가능으로 받아들인 위대한 두 여인의 만남이다. 거기에는 하느님의 배려가 있었다. 그 불가능을 단지 순명으로 가능하게 한 그들은, 순박한 믿음의 삶만을 산 이들이었기에. 성모님께서 친척인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날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5월 31일)로 정해 기념한다. 이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그녀의 방문을 기념하는 거란다. 5월의 마지막 이날, 우리는 유다의 산골에서의 두 여인의 만남을 기뻐하며 순명과 겸손의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자. 온 누리에 만발한 순백하고도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를 맛보며, 엘리사벳에게 다가가시는 복된 동정 마리아의 순결한 삶을 살도록 하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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