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희망 한 스푼(부단히 건너갑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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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중애 | 작성일2018-06-03 | 조회수2,178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부단히 건너갑시다!" 원치도 않았는데 주어진 장애 (障礙), 난데 없이 다가온 장애 앞에, 장애우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스스로 거동이 힘들어진 어 머님을 모시고 외출할 때 마다, 장애우들과 가족들이 느끼는 고충을 크게 실감합니다. 제 눈으로 볼 때는 아무 것도 아닌 낮은 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태산보다 더 높은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손쉽게 누리는 산책이며 운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이요 절실한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장애는 우리네 인간 삶 안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저런 결핍과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언제 어떻게 장애를 지니게 될 지 모르는 잠재적 장애우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어느 순간, 스스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리 모두 누군가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아야 하는 필연적 장애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장애는 회피하거나 분리시켜야 할 대상 아니라, 연대하고 통합해야 할 대상이며, 끌어안고 존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장애를 우리네 삶 안에서 지극히 자연스런 한 부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동시에 장애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가 드러나는 장(場)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최근 참으로 기가 막힌 소식을 한 가지 들었습니다. 한 지역 주민들이 ‘집값 하락’, ‘안전 위협’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우며, 장애우들의 자립을 위한 공동생활시설 퇴출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답니다. 대단한 시설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장애우 세 분의 자립을 위한 방 3개 짜리 작은 주택 하나 매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더 웃기는 것은 자신들이 무슨 민주화 운동 투사라도 되는 양, 한 사람 한 사람 연판장에다가 ‘결사 반대’라는 표현까지 쓰셨더군요.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한 인간 존재로서 정말이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셨습니다. 동물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분노 보다는 수치와 슬픔과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리스도교적 복자, 복음적 복지가 추구하는 장애우들을 위한 복지의 미래는 ‘탈시설화’ ‘탈 대규모화’ ‘가족화’입니다. 장애우들이 첩첩산중 오지에 지어진 대규모 시설에서 단체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 사회의 당당한 한 일원으로 일반인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장애우들을 위한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자연스럽고, 지극히 인간적인 이런 사업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사례를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현주소요 민낯입니다. 동물들도 하지 않는 일들을 인간의 탈을 쓰고 태연스럽게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체성혈대축일입니다. 우리 인간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 파스카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고, 그 묵상한 바를 삶으로 실천하는 날입니다. 파스카(Pascha)란 말은 ‘지나가다’, ‘건너가다’ ‘넘어가다’는 의미입니다. 거룩한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한 우리는 부단히 건너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동물적 삶에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적 삶에로 건너가야겠습니다.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삶에서 이웃의 슬픔과 눈물을 내 슬픔과 눈물로 여기는, 이타적 신앙인의 삶에로 건너가야겠습니다. 천박하고 미성숙한 삶에서 품격있고 성숙한 삶에로 건너가야겠습니다. 세상 것에만 죽어라고 목숨을 거는 지상 시민의 삶에서, 관대하고 너그러운 시선을 지닌 천상 시민의 삶에로 건너가야겠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홍해 바다 건너편 피안(彼岸)의 언덕 위해 서서 우리에게 빨리 건너오라고 손짓하고 계십니다. 오랜 세월 몸에 밴 죄와 악습, 인간적 미성숙과 극단적 이기주의를 모두 이쪽 땅에 내려놓고, 주님께서 서 계시는 반대편 언덕으로 건너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희망 한 스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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