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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전례력 돋보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공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19 조회수2,471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공경

 

 

본래 7월 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로 가까운 주일에 경축 이동해 성대하게 기렸다. 어린이 미사 때 신부님이 두루마기 형태의 제의에 갓을 쓰고 미사를 드리면서 김대건 신부님의 인상을 깊게 남겼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 성 김대건 신부의 대축일을 지내지 않는다. 성 김대건 신부의 축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례력에서 따로 기억하지 않게 된 것이다.

 

2017년부터 사용된 「로마 미사 경본」 새 번역 인준 때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전례력 안에 한 성인을 중복해서 경축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는데 한국 교회는 이미 9월 20일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축제를 대축일로 지내고 있었다.

 

 

보편 전례력에서 성인 공경

 

‘성인 공경은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경신성사성이 한 성인에 대해 중복해서 축제를 지내지 말라고 규정한 이유는 성인 축일이 너무 많아져 예수님의 신비를 기억해야 하는 전례력이 온통 성인 축제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순 시기나 대림 시기에도 매일 성인 축일이 이어지면 그 전례 시기에 기억하고 묵상해야 할 예수님에 관한 내용들을 놓치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교회 전례력의 역사 안에서 이런 성인 축일의 확장은 계속 있어 왔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문제를 바로 잡고자 했다.

 

성인들의 축일은 참으로 그리스도께서 당신 종들 안에서 이루신 놀라운 위업을 선포하고, 신자들에게 본받아야 할 적절한 모범을 제시하지만 예수님의 구원의 신비 자체를 기억하는 축일보다 앞서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전례 헌장」 111항 참조)

 

 

한국 순교자 시복 시성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공경

 

그렇다면 왜 애초에 성 김대건 신부의 축일만 따로 지내게 된 걸까? 103위 한국 성인 시성은 함께 되었지만 그 공경의 시작은 달랐다. 먼저 1925년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기해박해(1839년)와 성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병오박해(1846년) 순교자들이 시복되었다. 이후 비오 12세 교황은 1949년 11월 25일 당시 복자였던 성 김대건 신부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정하고 이듬해부터 7월 5일에 대축일로 지내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계속된 한국 교회의 순교자 현양 운동의 노력으로 1968년에 병인박해(1866년)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다. 이리하여 한국 교회는 103위 순교 복자를 모시게 되었고, 그분들을 9월 26일에 함께 기념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4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주례로 열린 시성식에서 103위 순교 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고, 그 축일을 9월 20일로 옮겨 지내게 했던 것이다. 요컨대 한국에 79위 복자만 있고 그 기념일은 없던 시절,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신부의 축일만 7월 5일에 따로 지내도록 허락되었다. 이후 103위 순교자가 시복, 시성이 되어 축일이 정해지자 성 김대건 신부는 양쪽 축일을 모두 지내게 된 것이다.

 

 

사도적 열정의 모범, 성 김대건 신부

 

한국 교회가 성 김대건 신부의 축일을 더이상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에 대한 공경의 크기를 줄인 것은 아니다. 2019년 추계 주교회의의 결정으로 7월 5일을 연중 시기 주일과 겹치더라도 성대하게 신심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정했다.

 

지난 5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주 바티칸 광장에서 열리는 수요일 일반 알현의 훈화(교리교육) 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사도적 열정의 모범으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전세계에 소개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고, 결국 죽음으로 예수님을 증언하던 그 시대에 특별한 열정과 사랑으로 예수님을 따랐던 성 김대건 신부는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신자들에게도 모범과 귀감이 되는 분이다.

 

싱그러운 7월에 성 김대건 신부의 신심 미사에 참여해 그분이 지니셨던 예수님께 대한 사랑의 불꽃과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타오르도록 기도해야겠다.

 

[월간빛, 2023년 7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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