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있는 나’라는 하느님 이름의 뜻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시는 분’이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그 하느님의 뜻을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심으로써 믿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신다. 믿음은 과거나 미래의 일이 아니다. 과거는 이미 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우리 소관이 아니다. 믿음은 ‘지금 여기’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랑하려면 지금 해야 하고, 용서하려면 당장 해야 한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성경 말씀을 봉독하신 뒤 희년을 선포하시는 것으로 당신사명을 시작하신다. 그분께서 구원사명의 첫발을 내디디시는 장면을 하나의 장엄한 의식처럼 묘사하고 있다. 교회의 다양한 의식은 우리를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도록 인도한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살아 있게 해 주는 의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참된 마음으로 주님 안에서 형제들과 함께하는 ‘기도와 전례’일 게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사명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이 돋보인다. 첫째는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으신 분, 곧 메시아시라고 선언하셨는데, 이는 당신께서 구약의 가르침을 성취하는 분이시라는 거다. 둘째는 예수님의 사명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희년을 선포하신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은 고향 나자렛에서 당신 사명을 선포하셨다. 그분의 이 사명은 하느님의 은혜로우심을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이리라. 곧, 대희년(大禧年)의 정신을 이 땅에 실현시키심으로써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을 깨닫게 하는 일이다. 그러시면서 그분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라고 하셨다.

희년이란 칠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내고 난 다음 해인 50년이 되는 해를 말한다. 희년에는 빚을 진 이는 빚을 덜고, 땅을 빼앗긴 이는 땅을 돌려받으며, 노예생활을 하는 이는 그 신분에서 해방된다. 이처럼 희년은 창조된 모든 게 기쁨을 누리는 해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단 한 번도 그 정신이 실현된 적이 없었다.

이제 이 정신은 예수님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하느님의 은혜로우심을 알리는 일이 예수님께서 장차 가실 방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어떻게 가는 게 그분 길을 따르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그분께서 가신 그 길을 따라 가야만 한다. 우리의 이 사명은 ‘지금 여기’에서 그분의 기쁜 소식인 은혜로움을 만방에 선포해야 하리라. 그리하여 이 땅에 하느님의 참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