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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전례력 돋보기: 천사들의 합창 -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8 조회수2,079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천사들의 합창 -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올해 9월 29일은 한가위로 인해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의 축일을 지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대천사를 비롯한 모든 천사는 전례 안에서, 또 일상 생활 안에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은혜로운 손길을 우리에게 전한다.

 

미사 때 “마음을 드높이”로 시작하는 감사송을 통해 우리는 마음을 저 높은 곳, 하느님의 옥좌와 어린양이 하늘의 생명체와 원로와 천사들로 둘러쌓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묵시 5장 참조) 감사송의 본문을 통해 우리가 그날 미사에서 감사를 드리는 내용이 밝혀지고, 그런 이유로 인해 그곳의 무수한 천사들과 함께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노래한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와 대천사와 케루빔과 세라핌도 주님을 끊임없이 찬송하며 소리 맞춰 노래하나이다.”(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감사송)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대림 감사송1 외)

 

감사송에 등장하는 하느님께 찬미와 찬양의 합창단을 이루는 천사와 대천사, 케루빔과 세라핌, 좌품, 주품 천사들은 다양한 품계의 천사들이다. 중세 신학에 의하면 천사는 9품의 등급이 있는데 가장 윗 등급은 ‘사랍(Seraph)’과 ‘커룹(Cherub)’이라고 한다. 사랍의 복수형태가 ‘세라핌’이며, 커룹의 무리는 ‘케루빔’이다. 사랍은 이사야서 6장에서 이사야의 입을 숯으로 정화하며 그를 예언자로 거듭나게 하는 천사이다. 커룹은 사랍보다 훨씬 더 일찍 등장한다. 바로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뒤 생명나무를 지키도록 하느님께서 명하신 천사가 바로 커룹들이다.(창세 3,24 참조) 또한 궤약의 궤를 금으로 만든 커룹의 날개가 덮었다고 하니, 이미 구약에서 커룹은 하느님의 현존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다.

 

사랍(세라핌)과 커룹(케루빔) 다음으로 좌품, 주품 천사들, 그리고 대천사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9월 29일에 축일로 경축하는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는 구약과 신약 전반에서 활약하며 하느님의 중요한 심부름꾼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이 중요한 천사라는 것은 수많은 천사 중에 이들만이 이름을 지녔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라는 뜻으로 요한묵시록 12장에서 만국을 다스릴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삼켜 버리려는 붉은 용과 전쟁을 벌인다. 당연히 출산하려는 여인은 성모님이고, 아이는 예수님이며 사탄의 세력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이가 바로 성 미카엘 대천사이다. 따라서 미카엘은 주로 멋있는 칼을 들고 용맹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가브리엘 이름의 뜻은 ‘하느님의 권세’이며, 그 이름대로 하느님의 권능이 아니면 불가능할 놀라운 소식을 산골 소녀 마리아에게 전한다. 그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 28)라고 인사하며 성령으로 인한 마리아의 잉태를 알렸고, 성모님의 겸손에 찬 응답을 그대로 하느님께 전했다. 라파엘의 뜻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이다. 바로 구약의 토빗기에서 라파엘이 토빗의 두 눈에서 하얀 막을 벗겨 그가 하느님의 빛을 보게 해 주었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 붙어 있는 악귀를 몰아내어 토빗의 아들 토비야와 혼인하게 해 주었다.(토빗 3,17 참조)

 

이런 대천사들의 활동을 찬찬히 살펴 보면 결정적인 순간들이 보인다. 그저 평탄한 인생 여정의 느긋한 장면 속에 대천사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련과 갈등, 아픔과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께 의탁하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신실한 사람들을 하느님은 천사들을 통해 극적으로 구해 내시는 것이다. 이러한 천사들의 활동은 우리들 인생 여정에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대천사들의 존재와 활동을 그려보며 당장은 평탄하지 않은 우리네 삶 안에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선하신 계획은 천사들을 통해 우리를 보호하시고 좋은 길로 이끄신다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면 좋겠다. 실제로 우리 삶 안의 크고 작은 어려운 순간들이 지나고 보면 더 큰 선을 위한 하느님의 섭리였음을 발견하는 일이 늘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럴 때 하느님의 놀라운 돌보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도리이다. 토빗기의 라파엘 천사의 마지막 분부처럼 말이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는데, 그것은 내 호의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니 날마다 그분을 찬미하고 찬송하여라. … 이제 이 세상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자, 나는 나를 파견하신 분께 올라간다. 너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해 두어라.”(토빗 12,18-20)

 

[월간빛, 2023년 9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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