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죄인임을 처절하게 고백한 이만이 / 연중 제5주일 다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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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9-02-10 | 조회수1,418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첫 출근을 하던 아침을 기억하는가? 그날 하루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고 또 넘쳐났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그 마음이 얼마만큼 남아 있을까? 사제 서품 후 첫 미사 때, 새 사제들의 인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부족한 저를 불러 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솔하기에 잔잔한 전율도 일지만, 그 마음만 잃지만 않으면 평생을 살아도 충분하리라는 생각이다. 누가 뭐래도 베드로는 지쳐 있었다.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입질’도 없는 낚시는 얼마나 ‘긴 인내’를 요구하는지? 해 본 이만이 알게다. 멍하니 새벽을 맞이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러고는 다시 그물을 내리란다. 베드로의 운명을 바꿀 선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머뭇거리고 망설였을 것이리라. 밤새 허탕을 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또 다시 그물을 던졌다. 결과는 배 두 척으로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의 고기가 잡혔다. 이렇게 해서 베드로는 드디어 선택되었다. 어쩜 지친 어촌의 어부에서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 바뀐 것이다. 변화의 주체는 베드로가 아니라 예수님이시다. 그분께서 선택하셨기에 베드로는 바뀔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운명은 전적으로 ‘주님께 달렸음’을 깨달아야 할 게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이 뜻을 잘 생각해보자. 얼핏 보기에는 ‘낚는다.’라는 것은 단지 미끼를 이용해 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 올리는 것을 떠올릴 게다. 그러나 여기서는 줄낚시나 대낚시 때 사용하는 바늘 같은 게 아닌 그물로 건져 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베드로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은 것처럼 ‘사람을 낚는다.’라는 말은 어쩜 ‘사람을 사로잡는다.’라는 뜻이리라.
베드로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그대로 따랐더니 많은 물고기가 잡힌 기적의 은총을 체험했다. 예수님 권능을 지켜본 마음 급한 그는, 그분께서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깨닫고 주님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비로소 ‘고백’한다. 그분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이라는 베드로의 이 고백이, 이 시각 우리의 고백이기도 하다. 텅 빈 성전 감실 앞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회개의 피눈물 쏟으며 양팔 기도로 죄인임을 고백한 적이 어디 있었는가? 펑펑 휘날리는 눈바람 속에서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십자가의 길을 하염없이 걸어 본 자만이, 주님의 진정한 제자가 될 수 있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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