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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력 돋보기: 동물도 축복을 한다고요? -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와 동물 축복에 대한 오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7 조회수596 추천수0

[전례력 돋보기] 동물도 축복을 한다고요? -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와 동물 축복에 대한 오해

 

 

새롭게 시작된 한 해, 새로워진 〈빛〉 잡지와 함께 전례력 돋보기도 새롭게 시작합니다. 1월 17일은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성 안토니오 아빠스는 6월 13일에 축일을 지내는 뛰어난 설교가이자 프란치스코 회원이었던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과는 다른 분이며, 모든 수도생활의 선구자셨던 분입니다.

 

예수님의 복음의 가르침을 좀 더 특별하게, 더욱 철저하게 살려고 하시는 분들이 수도자이고, 그러한 염원을 실천에 옮긴 이들의 역사는 2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51년경 이집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안토니오는 예수님을 따르려던 부자 청년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는 분부에 슬퍼하며 돌아갔다는 복음(마태 19,22 참조) 말씀을 듣고 결심합니다. 그 부자 청년처럼 되지 않겠다고 말이지요.

 

270년경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을 정리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이집트 사막의 은수자가 된 청년 안토니오에게 온갖 유혹과 시련이 찾아왔지만 그의 성덕은 그만큼 단련되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수많은 기적이 퍼져 나갔고, 그의 가르침을 듣거나 그를 따르려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안토니오는 본격적인 의미에서 수도회는 아닐지라도 은수를 원하는 이들을 받아들였고, 그들의 영적 아버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안토니오를 수도원의 최고 어른인 아빠스로, 또 수도생활의 선구자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 안토니오 아빠스의 상본에는 돼지가 등장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한 악마가 성인을 괴롭혔는데, 그중에 한번은 돼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돼지는 탐욕과 음욕, 더러움 등 인간 영혼 깊숙한 곳의 부정적인 부분을 상징하는 동물로, 성 안토니오 아빠스는 그 악마를 몰아내 돼지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본에 등장한 돼지는 성인이 악마를 물리친 승리를 상징하며 그 이후 돼지가 성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안토니오 성인 곁의 돼지는 ‘악마를 무찌른 승리자 안토니오’에서 ‘돼지를 해방시키고 보호한 안토니오’로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또한 확장되어 성 안토니오 아빠스는 돼지뿐 아니라 모든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의 수호자로 여겨지게 되었지요. 이런 이유로 해마다 1월 17일이면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는 반려동물과 가축을 축복하는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역시 자연과 하나되어 하느님을 찬미한 인물로 성인의 축일인 10월 4일에도 동물 축복이 행해지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사람도 아닌 동물을 왜 축복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동물 축복 예식은 엄연히 축복 예식서(제21장)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가족처럼 소중한 반려동물을 축복해 주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동물 축복은 사제, 부제뿐 아니라 평신도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동물을 축복하는 근본 정신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창조물인 동물들이 인간 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으며, 인간을 위하는 존재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축복 예식」 721항 참조) 그렇기 때문에 동물 축복은 다른 축복과 마찬가지로 동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영적 이익이 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동물축복을 통해 동물의 품위가 바뀌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축복을 받는다고 동물이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전에 사람과 같은 대우를 해 주고 싶어 동물을 축복해 줄 수도 없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지만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보다 동물이 더 존중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깊이 결합되어 위로와 도움을 주는 존재인 동물에게 하느님의 보호를 빌며 보호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렇게 동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으로 균형을 잡는 가운데 올해 성 안토니오 아빠스 축일에는 사랑스러운 동물들에게 하느님의 복을 가득 빌어 주면 어떨까요?

 

[월간 빛, 2024년 1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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