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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알기 쉬운 미사 전례7: 복된 죄로 인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참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1 조회수351 추천수0

[알기 쉬운 미사 전례] (7) 복된 죄로 인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참회


죄 고백은 곧 자비하신 하느님 찬미하는 일

 

 

-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미사의 시작 예식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청하는 인사를 하고, 참회를 할 수 있도록 짧은 침묵 시간을 가진 뒤 공동체 전체가 고백 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하는 사죄경을 바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세계에서 꼭 가봐야 하는 명소 중 하나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꼽힙니다. 바다의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카니발, ‘가면 축제’ 때에는 세계 각지에서 이 축제를 즐기려고 많은 관광객이 몰립니다. 축제는 1월 말에 시작해서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에 끝납니다. ‘카니발(Carnival)’이란 단어는 종교적 배경 곧 사순 시기에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단식과 금육을 강조하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연관됩니다. Carnival은 라틴어 ‘Carnevale’에서 유래했으며, 이 단어는 ‘고기(carne)’를 ‘치우다(levare)’ 또는 ‘안녕(vale)’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곧, 카니발은 ‘고기를 치우다’ 또는 ‘고기여, 안녕!’이라는 의미이지요.

 

사순 시기를 맞이하기 위한 축제를 열심히 지내며 고기를 먹다가, 막상 사순 시기가 되면 왜 그런 축제를 했는지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여기 파스카 축제를 위해 모인 교회 공동체는 축제의 기쁨보다는 먼저 참회의 성찰로 이끕니다.

 

미사의 시작 예식에서 사제는 교우들과 하느님의 현존을 청하는 인사를 하고 참회하도록 권고합니다. 참회를 할 수 있도록 짧은 침묵 시간을 가진 뒤 공동체 전체가 고백 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하는 사죄경으로 끝납니다.

 

참회의 기원은 1세기 말경에 기록된 「디다케」(14,1)로, 성찬례에 참여하는 교우들은 먼저 서로 죄를 고백한 다음 깨끗한 제사를 바치라고 권고합니다. 1000년경까지는 일반적으로 예물 준비 전과 영성체 전에 모든 이가 공동으로 죄를 고백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1570년 「로마 미사 경본」이 나온 후로는 입당 행렬 후에 오직 사제와 봉사자만이 제대 앞의 계단 밑에서 시편, 공동고백, 사죄로 구성된 참회를 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미사 전례 개정위원회에서 참회의 위치에 대해서 논의한 결과 현재의 위치로 정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백록」에서 ‘고백하다’라는 말이 두 가지 뜻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나의 죄를 고백하다’는 뜻과 동시에 ‘찬미하다’는 뜻이 있다는 거지요. ‘나의 한계와 약함 때문에 내가 하느님을 떠나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구원해 보려고 애쓰면서 죄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은 ‘나의 이러한 한계와 약함, 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지탱해 주시고 인내해 주시고 돌보아 주셨습니다’라고 그분을 찬미하는 일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의 죄를 고백하는 일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알아뵙고 찬미하는 일이 되는 거지요.

 

파스카 찬송에서 “오, 복된 탓이어라! 그 탓으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네”라고 노래합니다. 죄의 체험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죄의 자리가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찬가이지요. 물론 죄가 복되다고 계속 죄 속에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여 그분께 방향을 돌리는 전환이 있어야 하지요.

 

참회를 마무리하며 사제는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라고 사죄를 청합니다. 고해성사와 같은 사죄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의 참회 전례이기에 신학적, 전례적 사죄 효력을 지니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2월 18일,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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