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시월의 카덴차 - 윤경재 요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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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19-10-10 | 조회수1,567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45) - 윤경재 해설 연주자의 실력 드러나는 카덴차
카덴차(cadenza)는 어조, 리듬, 마침을 뜻하는 음악용어다. 작곡가는 협주곡 첫 악장의 끝부분에 독주자가 자유롭게 연주하도록 여러 마디를 여백처럼 비워둔다. 협주곡은 독주자와 교향악단이 서로 대화하며 경쟁하듯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면서 클라이맥스로 전개되는 음악이다. 마치 연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대화를 통해 사랑을 싹틔워 나가는 모습을 닮았다. 곡이 종결부에 이르렀을 때 독주자가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기회를 얻는다. 이때 지휘자와 반주악단은 잠시 멈춰 감상하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쉰다. 카덴차는 모든 걸 작곡가가 정해준 대로 연주하기보다 자유롭게 풀어나가도록 배려하는 의미가 담겼다. 연주가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예술성을 펼친다. 그래서 근래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협주곡을 감상할 때 카덴차를 어떻게 연주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또 다른 맛이다. 유명한 협주곡 카덴차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전한다. 하나의 악기로 전 악단을 상대하며 악곡 전체를 요약하듯 풀어내는 독주자의 원숙한 음악성에 청중은 환호하게 된다. 연주자의 개성과 실력이 여기서 판가름난다. 어찌 보면 협주곡은 독주와 반주, 둘 사이의 기량 대결처럼 느껴진다. 두 부분이 공평하게 바꿔가며 한번은 주인공, 한번은 조연이 된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의식의 전면부에 나타난 것이 전경이다. 전경은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배경으로 사라진다. 인간은 이렇게 전경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바뀔 때 편안함을 느낀다. 협주곡은 소종결부, 카덴차, 대종결부의 순서로 한 악장을 마무리 짓는다. 마치 영화에서 몇 개의 장면이 일관성 있는 시퀀스(순서)로 전개되는 것과 비슷하다.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오고, 여름이 극에 달하면 가을이 오는 이치가 바로 올바른 시퀀스이다. 전경과 배경의 주기적 교체이다. 그럴 때 인간은 전체를 통찰하는 능력이 생긴다. 작곡가는 이런 시퀀스와 전경·배경 원리를 창조주에게 배워 모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모방이라고 부른다. 예술가는 이렇게 자기가 감명받은 어떤 통찰을 청중과 독자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일 년 열두 달에서 시월은 열이란 의미로 작은 종결을 뜻한다. 십이월이 되어야 큰 종결이다. 열은 열매가 열린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숫자를 셀 때도 양손을 다 펴는 게 열이다. 시월은 감추는 것 하나 없이 다 열어 보이는 달이다. 시월의 가을은 화려하나 짧다. 변화가 심하다. 지루하지 않다. 씨 뿌리는 봄만큼이나 바쁜 계절이다. 정체된 겨울처럼 오래 쉬며 기다리는 게 아니다. 일거리가 산적한 가운데 틈틈이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는 쉼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취하는 보람을 만끽하는 때다. 어떤 수확을 얻을지 자신의 땀방울에 달렸다.
창조주의 말없음표, 기업경영에 적용 카덴차 경영은 신뢰와 위임의 경영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위대함을 발견하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창조주의 말없음표를 인간 사회에도 적용하는 방법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배경 역할만 하는 직원들에게 전경이 되는 기회를 열어준다. 또 자기 곁에서 전경 역할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잠시 배경으로 물러나 쉼의 여유를 마련해 준다. 사견과 고집과 반드시라는 게 없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창조적 흐름을 이끌어간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실패를 하면 상을 주는 회사, 3M이 특허 많은 비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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