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19."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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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문숙 | 작성일2020-01-19 | 조회수1,205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요한 1, 29-34(연중 2 주일)
오늘은 연중 제2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증언합니다. 곧 예수님이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이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선언합니다. 먼저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미사 중에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표현이 다섯 번 나옵니다. <대영광송>에 한 번나오고, <영성체 예식>에서 네 번 나옵니다. 곧 <대영광송>에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와 평화 예식이 끝나고 사제가 축성된 빵을 나눌 때 신자들은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두 번).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하며, 이어서 사제는 성체를 높이 들어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외칩니다. 곧 주님께서는 세상의 죄인들을 쓸어 없애 버리는 분이라고 하지 않고, 죄를 없애 버리는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세상의 죄를 없애고, 평화를 주는 어린양으로서 살겠다는 결심을 다집니다. <성경>에서, 우선 ‘어린양’은 네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하느님께서 준비한 제물로서의 ‘어린양’(야훼이레: 야훼께서 준비하신다)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산으로 갔을 때, 이사악이 "아버지, 제사에 쓸 나무와 불은 있는데, 제사에 쓸 어린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아브라함은 "아들아, 그 어린 양에 대해서는 하느님께서 준비하시리라."라고 합니다. 곧 하느님께서 준비한 참된 어린양은 예수님입니다. <둘째>. 파스카의 ‘어린양’입니다(탈출 12,1-27;레위 23,5-6;신명 16,1-7). 하느님은 모세를 통해 죽음의 재앙을 내리는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셨습니다. 이날 저녁 이스라엘 백성은 어린 양의 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의 맏이들을 살리기 위해 대신 죽은 ‘희생양’을 파스카의 어린양이라고 부릅니다. <셋째>. 대신 죽는 속죄의 희생양으로서의 ‘어린양’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 땅으로 이동할 때 그들은 40여 년 동안 사막을 헤매면서 양떼와 가축을 이끌고 천막을 치면서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천막 주위에 사나운 맹수들이 다가 와서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며 괴롭혔는데 그 때마다 사람들은 염소나 양을 한두 마리 맹수들에게 보내줍니다. 그 때 맹수들에게 보내지는 양이 '아자젤'이라 불리던 ‘속죄양’입니다. 그 후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정착한 다음, 대속사상이 나타나게 되고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죽는 희생양 제의가 생겨나게 되었고, 일 년에 한 차례(매년 7월 10일)씩 지난 일 년 동안 지은 모든 죄악을 용서받기 위해 속죄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이 때 희생양 두 마리를 준비하여 한 마리는 하느님께 번제로 불살라 드리고, 다른 한 마리는 대제사장이 그 위에 자기의 손을 얹고 자기와 온 민족의 죄를 자복한 후에 광야로 내어 보냈습니다. 이 둘은 인간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습니다. 4. 승리하신 천상의 ‘어린양’이시다(묵시 5장). 어린 양은 목자로서, 모든 믿는 이들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인도하실 분이시다. 오늘 우리는 <제1독서>에서 ‘야훼의 종’의 둘째노래를 들었습니다. 많은 학자들과 선지자들은 이 고난 받는 야훼의 종이 도대체 누구인지? 개인적인 한 인물인지? 아니면 하나의 집단인지? 남은 자들(렘난트)의 무리인지? 야훼의 가난한 사람(아나빔) 인지?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신진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에게 재조명해 보았지만, 여전히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침내 세례자 요한에 의해, 그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표상을 통해서 이를 밝혀줍니다. 이 표상에는 ‘야훼의 종’과 ‘대속의 희생양’의 두 가지 표상이 동시에 들어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이사> 53,7.12에 나오는 ‘야훼의 종’임과 동시에, <출애> 12장에 나오는 ‘파스카의 어린 양’인 구약성경 곳곳에 나오는 희생양입니다. 그러니까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는 예수님에 의해 “야훼의 고난 받는 종으로서의 어린양”으로 성취되고 완성됩니다. 특히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Agnus Dei, Qui tolis peccata mundi)라는 표현에서 “세상의 죄”라는 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세상’이란 물질적 공간적 그릇이 아니고, 온 세상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곧 이스라엘 사람들만이 아니라 이방 사람들도 포함하며, 옛날에 있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오늘날 사는 사람들도 장차 이 세상에 태어날 사람까지도 포함하는 모든 사람들, 곧 전 인류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죄’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죄악들, 동서고금의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죄들을 포괄합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전 인류의 죄를 대속하는 속죄의 어린양이심을 드러내줍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은 그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증언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삶 또한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어린양으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멘.
- 오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주님!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십자가를 질 줄을 알게 하소서. 허물을 뒤집어쓰고도 원망하지도 억울해하지도 않는 오히려 자신의 내어 주고 피 흘려 구원하는 제물의 삶이 되게 하소서. 당신께 드리는 사랑의 산 제물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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