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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픈 이별을 보면서......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23 조회수1,048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제 본당 한 교우님의 선종 소식에 연도를 하러 갔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 전에 자정을 넘은 시간에 성체조배를 하고 성당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 이 자매님을 길에서 지나가면서 뵈었습니다.

 

그때 폐지 같은 거나 재활용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그런 걸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지금 생각을 해보니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유족도 없고 나름 한 세상을 살면서 몇 달 동안은 요양병원에서 지낸 걸로 오늘 들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본당에 이 분이 장례를 미리 성당과 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어느 정도 장례를 치를 경비를 맡겨놓으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마지막 자신의 장례를 치를 비용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성당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애써셨던 모양입니다.

 

성당 가까이에서 붕어빵을 구워 팔기도 했습니다. 그냥 성당에서 스쳐지나가는 정도로만 아는 자매님이었습니다. 가정사는 잘 모릅니다. 어제 연도를 갔는데 유족이 아무도 없는 그런 사정이었습니다.

 

오늘 장례미사가 있고 해서 너무나 인간적으로 안 돼 참석하려고 했습니다. 시간을 잘못 보고 늦어서 장례미사는 참석 못하고 화장장에 운구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해서 갔다왔습니다.

 

화장을 한 후에 안치되는 곳은 밀양성당 내에 있는 납골당이었습니다.

 

작년에 한 번 교우님이 이곳에 안치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유족이 없다 보니 오늘 쇄골을 한 후에 유골함을 제가 수령했습니다. 유골을 수습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거의 잔뼈만 남았습니다.

 

유골을 분쇄하는 소리를 저는 오늘 처음 가까이에서 들어봤습니다. 소리를 듣는데 인생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순간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8년 동안 성당에서 많은 장례를 경험했지만 오늘은 실제 제가 교우의 유골을 손으로 만진 건 두 번째 경험이었습니다.

 

4년 전에 저를 참 잘 아껴주신 자매님이 계신데 그분 안장할 때 제가 화장한 유골에 손을 대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유골함을 가슴에 품었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차에 탑승해서 밀양성당으로 가는 도중에 옆 자리에 고정을 하고 손으로 잡고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삶이 허망하다는 게 아니라 이분이 딱 70년이라는 세월을 살고 가셨는데 실제 몸도 약간 정상적인 몸이 아니고 조금 불편한 몸이다 보니 인간적으로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교우라는 걸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정말 연민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70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평탄한 삶을 사셨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전반적인 사정을 교우님들을 통해서 조금 들어서 알았습니다. 자식도 없고 해서 본당 연령회 회장님이 어떻게 일을 잘수습을 하셔서 밀양성당 납골당으로 모실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정도는 성당에서 관리를 해 준다고 하니 말입니다.

 

자매님을 안치하고 나서 신부님께서 안치식을 하시는 동안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제 옆에 바로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있어서 보니 한 젊은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나이를 보니 한 40살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더군요. 사진도 보니 참 조신하고 단아한 모습을 한 모습이던데요 무슨 일로 그렇게 일찍 하느님 품으로 가셨는지는 모르지만 오늘 돌아오면서 차에서 묵상을 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누구나가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조금 더 살고 덜 사는 시간의 차이로 조금 더 하느님 품으로 일찍 가고 조금 더 늦게 가는 것 차이밖에 없을 뿐이지 하느님 시간으로 보면 이 차이는 차이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수도원 신부님들과 예전에 토론을 하면서 완전히 인간의 시간과 하느님 시간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을 한 거라서 이제는 이런 거에 대한 생각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입니다. 죽음만을 생각만 한다는 것도 우울한 일일 수 있지만 그렇게만 볼 게 아니라 죽음도 항상 잘 준비를 하는 사람이 나중에 때가 돼 하느님께 갈 시간이 되었을 때 자신의 영혼을 잘 준비를 해서 갈 수가 있을 겁니다.

 

오늘 저희 본당 연령회 회장님께서 교구에서 웰다잉에 관한 교육도 하시는 분이라 이 자매님은 마지막에는 웰다잉 교육도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사전에 교우들을 통해 유언을 남기시는 걸 보니 나름 어느 정도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외롭게 한 세상을 살다 가신 것 같아서 나름 이 자매님의 영혼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 드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육적으로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영적으로는 한 형제자매라서도 그렇고 또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너무 안 돼서 가슴이 아파서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대자대비하신 자비의 손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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