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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4: 전례와 놀이 - 전례 안에서 만나는 구원의 은총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21 조회수472 추천수0

전례-기도하는 교회 (4) 전례와 놀이 - 전례 안에서 만나는 구원의 은총

 

 

전례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짐을 알아도 때때로 전례의 원천이요 정점인 미사성제조차 참례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여러 가지인 것처럼 핑곗거리도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성당에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핑계나 전례가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핑계입니다. 이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개인적인 차원이나 감정의 차원에서만 찾을 때 생기는 일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을 이끈 ‘전례 운동’ 안에서 몇몇 전례학자들은 ‘전례’를 ‘놀이’와 비교하며 하느님의 구원이 실현되는 전례의 본질적인 특성을 설명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전례와 놀이는 자기만의 실재를 구성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규칙들은 놀이나 전례가 지속되는 동안만 참여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습니다. 또한 이 둘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며,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유를 누리게 하는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전례와 놀이는 언제나 효용성과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하면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열어줍니다. 다시 말해서 짧은 순간이지만, 삶의 무게와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의 실존(實存)을 있는 그대로 허락하는 자유를 만나게 해줍니다. 이러한 비교는 전례의 중요한 요소를 새롭게 상기하도록 도와줬습니다. 전례는 이 세상과는 다른 하느님 나라가 존재함을 드러내며, 이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장소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놀이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전례의 또 다른 특성 알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사회성을 키우고 자신이 살아가야 할 모습을 먼저 배우듯이,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들이 하느님의 나라를 이 세상에서 만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전례는 우리에게 다가올 저세상을 미리 맛보고 희망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선취(先取) 행위입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이를 탈출기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은 약속된 땅과 자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광야로 나아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탈출 7,16; 7,26; 9,1; 9,13; 10,3 참조). 이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본질이 하느님께 제사를 통해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곧 주님을 예배하는 제사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전례-하느님께 예배하는 것-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삶의 규칙(율법)과 윤리 그리고 참된 자유를 찾게 됩니다. 전례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 관계가 하느님께서 온전하게 완성해 주실 약속의 땅에서 이루어질 삶의 근본이요 모든 희망의 원천입니다. 많은 자손과 약속의 땅이 주는 풍요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그분께 희망을 두고 그분의 뜻 안에 살아가는 것이 참된 자유와 생명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례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리는 것이 바로 전례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이레네오 성인은 “하느님의 영광은 바로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하느님을 바라봄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전례는 하느님을 희망하고 그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례 안에서 함께 모이는 형제자매들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하느님의 구원을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때 구원의 은총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우리 삶 전체를 영원히 채우게 됩니다.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자유를 만나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하며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먼저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전례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전산홍보실 메일(cjjubo@naver.com)로 질문해 주세요. 내용을 선정하여 주보를 통해 답을 드리겠습니다.

 

[2024년 5월 19일(나해) 성령 강림 대축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미원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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