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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야곱과 라반의 협상[16]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7 조회수1,37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6. 야곱과 라반의 협상

 

드디어 라헬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셉을 낳자, 야곱이 라반에게 말하였다. 그가 부모님의 요청대로 외가에서 결혼하고 자녀도 얻을 만큼 얻어, 이곳에 오게 된 목적을 그런대로 이루었기 때문이다. "제고장, 제 고향으로 가게 저를 보내 주십시오. 장인어른의 일을 해 드리고 얻은 제 아내들과 자식들을 내주시어, 제가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제가 장인어른의 일을 어떻게 해 드렸는지 이제는 어른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실 야곱은 보기보다 순진하고 알고 보니 어리석기 그지없다. 이제 때가 찼기에,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만일 것 같은데 말이다. 무엇이 두렵기에 장인어른한테 이렇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구걸까지 하는 걸까? 두 딸과 결혼하는데 조건인 십사 년을 이제 다 채워주었겠다, 그 사이 장인어른 재산도 불어나도록 일도 열심히 해 주지 않았나? 그렇지만 그는 정중히 자식들 데리고 부모 형제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게 허락을 청한다. 그리고 그간 할 만큼 충분히 해 주었다고 은근히 과시하면서 말이다.

 

그러자 외삼촌 라반이 능청을 떨며 답하였다.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게나. 내가 점을 쳐 보니, 주님께서 자네 때문에 나에게 복을 내리셨더군.” 하란이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역 문화는 점치는 행위에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점괘가 너무 좋았단다. 조카 녀석이 자기 집에 들어와 자네 하느님 도움으로 많은 부를 얻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지금 당장 야곱을 떠나보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 내비친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자네에게 주어야 할 품삯을 부담 없이 정해 보게. 내가 이번에는 그대로 다 해 주겠네.” 이는 그간 서운하게 해 준 게 다소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조카가 바라는 대로 다해 보겠단다. 말이 그렇지 라반은 보통내기가 아닌 인물이다. 아무리 조카이지만 그는 야곱을 속였다. 조카의 속내를 알고서 그 칠 년의 기다림을 무참히 짓밟았다. 어디 비단 그것뿐이랴?

 

야곱은 외숙의 그 못된 속내를 지난 그 긴 십사 년의 세월에서 보고 또 보아 훤히 알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그는 라헬이 요셉을 낳은 시점을 잘 잡아 장인한테 시의적절하게 분가해, 고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허락을 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장인은 앞으로는 그리 서운하게는 하지 않을 터이니, 더 머물러달라면서 요구 조건을 내놓으란다. 쉽게 말해 머무는 조건을 협상해 보자는 거다.

 

야곱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장인어른의 일을 그간 어떻게 해 드렸는지, 그리고 어른의 가축들이 제 밑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어른께서도 누구보다도 충분히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여기 오기 전만 해도 장인어른의 재산이 보잘것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크게 불어났습니다. 제 발길이 닿는 곳마다 저의 하느님께서는 장인어른에게 큰 복을 내리셨습니다. 이제는 저도 제 집안을 돌보아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돌아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사실 라반은 야곱의 이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었다. 다름 아닌 이제는 자기 집안을 돌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을 어찌 막을 방도가 있으랴. 그리고 그사이 누구보다도 장인어른을 위해 열심히 해 주지 않았느냐이다. 더구나 야곱은 자신의 하느님께서 장인어른께 이만큼 복을 내셨으니, 이제는 그 복이 제게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중도 넌지시 깔고 있었다. 그리고 제가 돌아가도록 부탁하는 이 요청을 들어주시지 않겠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속마음도 담고 있었다.

 

라반은 조카의 마음을 달래줄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 이 마당에 내심 마음이 아프지만, 겉으로는 관대하게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사람의 욕심은 참으로 끝이 없다. 라반의 욕심은 어쩌면 더 심했나 보다. 레아와 라헬이 자기 아버지에 대한 말에서도 그의 욕심을 내심 짐작해 볼 수 있다(31,14-16). 그래서 그는 마지막 최후의 조건을 내걸어야 되겠다고 작정했다. 앞으로 더 머물기만 해 준다면 요구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면서 단호히 그 조건을 받을 투다.

 

그래서 라반이 그러면 내가 자네에게 무엇을 주면 좋겠나?” 하고 물었다. 지금 여기서는 더 머무르거나 떠나는 것의 선택을 떠나, 머물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카의 요구 조건을 솔직히 다 내놓으라는 강한 어투다. 아예 자질구레한 것은 빼고, 요지만 갖고 우리 서로 마무리 담판으로 이 협상을 끝내잔다. 이에 야곱도 단호하게 답한다. 이왕 지금 보내 주지 않겠다면, 당분간 더 머무르는 조건을 분명히 던져서라도 약속은 꼭 받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무것도 안 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것만 해 주신다면, 장인어른의 가축을 제가 다시 돌보겠습니다. 오늘 제가 장인어른의 양과 염소 사이를 다니면서, 얼룩지고 점 박힌 양들을, 그리고 새끼 양들에서 검은 것을 모두 가려내고 염소들에서도 점 박히고 얼룩진 것들을 가려내겠습니다. 이것들을 저의 품삯으로 주십시오. 제가 정직하다는 것은 뒷날 장인께서 저의 품삯을 확인하시면 알 것입니다. 제가 치는 염소들에서 얼룩지고 점 박히지 않은 것이나, 새끼 양들에서 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들은 제가 훔친 것이 될 것입니다.”

 

블랙 앤드 화이트다. 희고 검은 것을 구분해, 그 정한 것을 자기 품삯으로 달라는 거다. 일반적으로 양은 흰색이고 염소는 검다. 야곱은 어미 양은 얼룩지고 점 박힌 것, 새끼 양은 검은 것, 그리고 염소는 점 박히고 얼룩진 것들을 가려내어, 오직 그것으로만 자기 품삯으로 정하겠다고 요구했다. 사실 이런 양과 염소는 돌연변이들이다. 이런 비정상인 가축들은 유목지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라반은 좋네. 자네 말대로 함세.” 하고 말하면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품삯을 정하는 기준과는 별도로 그 계수 방법도 아주 중요한 만큼, 야곱은 자기가 이 원칙을 최대한 준수할 테니까 외숙도 뒷날 확실하면서도 정직하게 산출할 것도 주문했다. 어쩌면 욕심 많은 라반이 조카의 요구를 다 들어줄 리가 만무했다. 아무튼 야곱의 이 요구에 라반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묘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야곱도 장인에게 요구한 것만 가지더라도 흡족할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숨은 비책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야곱의 하느님은 늘 그와 함께 계시기에 이 협상의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미칠지 참으로 기대된다고 여겨진다.[계속]

 

[참조] : 이어서 '17. 양과 염소들의 번식‘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협상,염소,품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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