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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13.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3 조회수1,661 추천수4 반대(0) 신고

 

요한 15, 1-8(부활 5주 수)

 

 

 

오늘 <복음>은 단지 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비유가 아닙니다. 참 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비유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늘 우리 공동체는 단순히 공동체임을 넘어서, 참된 공동체인가? 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구약성경>에서 포도나무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서, 예수님의 진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참된 진리는 참 포도나무와 가지와의 관계, 참된 진리이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 관계를 붙어있다, 머물다, 열매 맺다라는 동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여덟 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머물다라는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머물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늘 <복음>에서 우선 붙어있음을 말합니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다른 데서가 아닌 바로 그 포도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단순히 포도나무에 붙어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뭇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다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잘려져 불에 태워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붙어있되, 열매를 맺는 이라야 머물러 있는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머물다는 말의 의미는 단지 그분께 붙어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열매 맺으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드림이요, 그분의 말씀의 권능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요, 그분과 결합하여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오로 <코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둘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 분과 한 영이 된다.”(1코린 6,17)

 

 

 

그러기에, 머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호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붙어있음 말합니다. 상호내주 혹은 상호공유의 관계를 말합니다. 상호 내주 혹은 공유는 상호 안에 단순히 머물러 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벌리는 역동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상호 친교, 상호교제, 상호 교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예수님께서는 <사도 베드로가 그의 둘째 편지>에서 밝히듯,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2베드 1,4). 참으로 예수님께서는 신비로운 방식으로 우리 안에 계시며 활동하십니다. 참으로 우리는 참 포도나무이신 그분과 이토록 신비롭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공동본성(Connaturality) 결합을 두고, 천사적 박사라 불렸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경탄하여 이렇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 우리가 하나라는 걸 그토록 모르는가?”

 

 

 

바로 이 공동본성이 우리에게 신적 진리, 참된 진리를 가능케 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자리가 신적 진리로써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스런 참 사랑, 하늘스런 참 생명이 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토마스 아퀴나스는 공동본성에서 오는 사랑의 지혜, 하느님 사랑으로 주어지는 신적 지혜 혹은 관상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신적 진리, 참된 진리에 참으로 머물러 있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아본다면,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곧 가지는 나무에 속해 있을 뿐 스스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지가 나무를 지탱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지를 존속시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열매를 맺으실 수 있는 그분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라야, 참된 사랑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단지 붙어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할 일입니다. 이미 우리 안에 내주하신 그분의 수액을 받아 마시며, 말씀 안에 머물고, 사귀고, 교제하면서, 당신께서 열매를 맺으시도록 해 드려야할 일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도 바오로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오늘 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

 

 

 

주님!

오늘도 십자나무에 붙어 당신의 사랑을 수혈 받게 하소서.

제 삶에 사랑의 피가 흐르게 하고, 그 사랑 내어주게 하소서.

당신처럼 십자나무에 붙어 자신을 내어주게 하소서.

당신은 골고타 언덕에 심어진 참 포도나무. 당신만이 저의 혈관, 저의 숨통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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