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34 -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2 (인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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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상윤 | 작성일2020-09-30 | 조회수1,868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2
바라나시의 가트를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자니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하객들의 옷차림새는 그리 여유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신랑 신부만큼은 눈이 부시도록 환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그렇게 하란다.
결혼식에 생전 알지도 못하는 외국 관광객에 와서
사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이 밀면 혹시나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됐었다.
조심스럽게 사진 몇장을 찍고 돌아 나서는데
웬 남자가 따라오면서 사진을 찍었으니
신랑 신부에게 선물을 하는게 예의라며 약간의 돈을 내란다.
돈이라는 말에 “이거
또 사기구만!” 싶어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걷자니
계속해서 따라오며 그럼 “쌀”
같은 것도 된단다,
외국 영화에서 신랑 신부에게 축복의 의미로 쌀을 뿌려주는것을 몇번 본적이
있고
“쌀을 가지고야 사기를 치랴” 싶어 시장에 가서 약간의 쌀을 사 줬다
그랬더니 옆에 있는 야채를 집으며 그것도 사달란다.
그제서 나는 알았다, 지금까지
산 물건들이 신랑 신부을 위한것이 아니라
본인의 일용할 양식이라는것을,
그래도 한편으로 안됐다 싶기도 하고 큰 액수도 아니라서 그냥 돈을 지불하고
이제는 다 됐다 싶었는데 이번엔 생선이나 고기를 사달란다,
더 이상 안돼겠다 싶어 “신랑
신부를 위한게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것이란 걸 알고 있다”라고 하니
입으로는 아니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순순히 물러서는 것이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는지도 모르고 나에게는 더 이상 얻어 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양쪽으로 쌀이며 야채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총총히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니
“당했구나!” 싶으면서도 왠지 화를 내지 못하겠다.
그가 정말 하객 중에 한 명인지
아니면 나 같은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전문적(?)인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는 하루를 해결할 양식이 필요하다는거다.
바라니시의 가트 주변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구걸을
하고 있다,
여행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느니 차라리 그 사람들처럼 구걸을 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도 그게 더 편할지 모르겠지만 그가 차마 그러지 못하는것은
그에게도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일 할수 있는 나이에 멀쩡한 사지를 갖고 가트에 자리를
잡을수 없는 자존심,
가족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자존심,
아직은 인생의 맨 밑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할수 없는 자존심
등등.
그야말로 그 마지막 자존심 마져 지킬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그도 가트 주변에 자리를 잡을지 모른다,
혹시나 그에게 다른 선택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범죄자가 되는 게 아닐까 싶기에
그가 마지막 자존심 마져 버려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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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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