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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35 -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3 (인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10 조회수1,433 추천수0 반대(0) 신고

들이 살아가는 방법(3)


아그라다음 목적지는 제쁘르였기에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이동할 요량으로 타지마할 보다는

제쁘르로 가는 버스터미날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숙소 주인이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200바트면 하루 동안 오토릭샤를 대절 할 수 있다며 흥정을 해온다.

순간 머리속으로 계산을 한다.

오전에 타지마할을 보고 한참 더운 한낮에는 숙소로 돌아와 좀 쉬다

다시 아그라성으로 갈 예정이라 최소한 네번은 릭샤를 타야하니 한번에 50루피 셈인데 

아직 거리 감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있는곳이 타지마할이나  “아그라성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치더라도

50루피면 좀 비싼 편인 것 같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매번 흥정을 하는 것도 귀찮고

기념품 가게 같은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지 않을까 걱정 하면서 릭샤기사와 눈치 싸움하는 것도 짜증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차라리 약간 비싸게 주더라도 맘 편하게 다니는 게 나을듯 싶기도해서

머릿 속으로 이런 저런 계산을 하며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으니 

그가 재빠르게 말을 잇는다,

200루피 외에 기름값이나 점심값, 팁은 전혀 주지 않아도 되고 기념품 가게 같은곳도 절대 들리지 않으며

또한 자기네 가게에 속한 것이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가 전부 책임 진다는걸 강조한다.

여행객들을 많이 상대한 사람이라 우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있다.

 

나를 태우고 다닐 기사를 소개 시켜주는데

머리는 기름을 듬뿍 발라 뒤로 넘겼고

인도사람 치고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허리가 잘록 들어간 셔츠에 칼날 같이 주름을 잡은 바지를 입고 있다.

나름 단정하려고 노력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본인의 스타일이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는 영락없는 칠십 년대 제비스타일이다.

그는 손님을 많이 대해 본 듯 특별하게 친절하지도 불친절 하지도 않지만

나를 어디다 어떻게 내려 주고 돌아 올 때는 어디서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헤어지면서 숙소 주인과 약속한 이백 루피 외에 백 루피를 더 건네 줬다.

팁으로 주기에는 다소 큰 액수인데 오전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그라성에서 보이는 타지마할


 

아그라성


타지마할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잘 달린다 싶더니만 교통 경찰이 부른다,

신호를 위반한건지 차선을 위반하건지 모르겠지만

나를 남겨 놓고 경찰 쪽으로 다가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더니만 

다시 내 앞으로 와서 내가 확실히 볼 수 있도록 지갑에서 백 루피 짜리 지폐를 아주 천천히 꺼내더니 

다시 경찰한테로 가서 그 돈을 건네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그의 호주머니의 있는 지갑을 굳이 내 앞으로 와서 꺼낼 이유가 없고

지갑에서 그렇게 천천히 돈을 꺼내는 사람을 나는 여태 본적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에게 빨리 가자고 보챈 적도 없고, 어느 어느 길로 가자고 요구한적도 없고

그가 교통 경찰에게 걸린 것에 책임을 져야 할 만한 일을 전혀 한적이 없었다

특히나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노골적으로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괘씸하기도 하다,

그냥 모르는 척 해도 될 일이지만 그래도 맘이 편하지 않은 것이

내가 숙소 주인에게 지불하기로한 이백 루피 전부가 그에게 돌아가지는 않을건 분명하며

더구나 경찰에게 백 루피를 넘겼으니 오늘 그의 수입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백 루피면 그때 환율로 이천원이 조금 넘는 액수로

보통 한국 직장인의 한끼 점심값도 안되는 액수지만

그에게는 하루 종일 일한 이유일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 없어진 것이다.

값 싼 동정일지는 모르고 어쩌면 경찰과 한패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내가 나중에 커피 한잔 덜 마시지 뭐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사람들은 외국여행자들이 전부 엄청 부자라고 생각한다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다.

물론 여행자중에 하루 양식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보통의 우리도 여행을 하기 위해선 나름 먹고 싶은것, 입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싼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한달 내내 인터넷을 들락 거리기도 하고

배낭이나 캐리어를 살 때도 단 몇 천원 때문에 선택을 망설인다.

그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고생하는것 만큼 우리도 나름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중 그 누구도

누군가가 확실히 볼수 있도록 지갑에서 아주 천천히 이 천원을 꺼낸 적은 없을 것이다.

그게 그들과 우리의 다른 점이다.

백 루피를 건네 주니 “Thank you so much”하며 활짝 웃는다.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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