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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의 복음 묵상 -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마태1,1-17)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17 조회수1,315 추천수1 반대(0) 신고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마태1,1-17)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족보에 여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출가외인’이라는 생각이 담겨있었나 봅니다. 그리고는 나이에 상관없이 아저씨뻘이니 형님뻘이니 하며 ‘촌수’를 따지곤 했습니다. 누가 출세하면 그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호들갑을 떨고, 먼 친척도 그때는 아주 가까운 것처럼 느끼며 자랑했습니다. 지금도 혈연, 지연, 학연에 목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미 그리스도의 족보에 여인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은 사람도 부끄럼 없이 올라 있습니다. 시아버지와 동침하여 자식을 낳은 타마르, 창녀로써 적군과 내통한 라합, 라합은 예리코를 정탐하러 갔을 때에 여호수아가 보낸 심부름꾼들을 그 여자가 살려 주었기에 그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그에게 딸린 모든 이를 살려주었습니다(여호6,23-25). 그리고 젊은 과부로 보아즈를 유혹했던 이방인인 룻,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이를 갈며 싫어했던 이방인을 보아즈는 아내로 삼았습니다. 조상이 번듯해야 행세하는 세상인데 예수님의 조상은 별 볼일 없어 보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다윗은 우리야라는 병사의 아내를 취하여 잠자리를 가졌고, 그녀가 임신을 했다고 하자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하여 우리야를 최전선으로 보내 죽게 한 다음, 그의 아내, 바쎄바를 취하였습니다. 그렇게 빼앗은 여인에게서 얻은 자식을 메시아의 조상으로 삼았으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감추고 싶은 죄인들이 등장함은 의미가 큽니다. 메시아의 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기묘한 방법으로 대를 이어가셨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의인과 죄인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룻을 등장시킴으로써 유다인만의 메시아가 아니라 이방인의 메시아도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계십니다. 첩의 자식을 드러냄으로써 구박과 멸시 속에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줍니다. 내 부모, 혹은 윗대의 조상에서 이상한 가족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모든 이를 통해 모든 이에게 펼쳐집니다. 이방인을 통해서도, 흠 많고 죄 많은 이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구원을 이루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을 보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누구든 사랑하시고자 오셨습니다. 모든 이에게 구원을 주시러 인간역사 안에 들어오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속 이어지는 족보의 끝에 나의 이름도 기록될 것입니다. 기왕이면 하느님의 섭리 안에 내로라하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아니 우리는 회개한 사랑받는 죄인이기를 희망합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역대 이스라엘 왕 가운데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다윗의 자손으로 태어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 그분 마음에 드는 아들(마태3,17)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기 위해 기름부음 받은 자요, 주님의 영을 받은 이(루카4,18) 입니다. 그분은 구원역사를 완성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완성의 여정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족보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기에 앞서 그분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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