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활묵상: 하얀 접시를 설거지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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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만연 | 작성일2021-05-15 | 조회수2,520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집에 하얀 접시가 두 개 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 가끔 사용하곤 합니다. 지금 몇 달 동안 목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설거지를 해도 빨리 할 수가 없습니다. 문득 설거지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이 접시는 사각 접시입니다. 며칠 전에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접시에 들어놓고 먹었습니다. 음식을 먹고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후에 했습니다.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약간 기름기 성분이 액체처럼 접시 표면에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근데 몇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습니다. 물에 불려서 깨끗이 주방세제로 씻어냈습니다. 순간 묵상 거리가 된 것입니다. 평상시에 이 접시는 두 가지 용도로 주로 사용합니다. 하나는 과일을 먹을 때랑 하나는 계란 후라이를 했을 때 후라이를 담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과일을 먹고 접시를 씻을 땐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만 다른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세척을 할 때보면 우리의 마음도 이 접시랑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음식이 깨끗한 접시 위에 있을 땐 정갈한 접시였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에 경우에 따라서는 접시가 지저분한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물 흔적 때문입니다. 이때 세제로 씻어낼 때, 깨끗하게 씻겨져 나갈 때, 다른 식기를 세척할 때랑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기분이 상쾌합니다. 설거지하면서 상쾌한 기분은 이때입니다. 우리의 영혼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영혼이 이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고해성사입니다. 고해성사가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걸 잘못 남용하면 그것도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며칠 전에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5개월 전에 총고해를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총고해를 하기 전에 참고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그 책자를 바탕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고해를 했습니다. 철저히 십계명을 바탕으로 해서 작성된 리스트였습니다. 그때도 느꼈지만 이번에 고해를 하고 나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때 그 책자보다 더 엄격한 리스트였습니다. 실제 만약 그 리스트대로 고해를 해야 한다면 성당에는 고해를 해야 하는 신자들 때문에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것도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건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의 딜레마가 될 것입니다. 진퇴양란과 같습니다. 고해를 하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이 될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죄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경우는 경미한 죄로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래서 고민을 한참 해봤습니다. 최종 결론은 그래도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하면 고해를 봐야 하는 횟수가 많아질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번거러움처럼 여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번거러움이라고 여겨서 가볍게 여기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연옥이 될 것입니다. 사실 죄를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백하기 전에 고해소에 들어갈 땐 마음이 무겁지만, 신부님의 사죄경을 받고 난 후에 고해소를 나올 땐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마치 접시 위에 묻은 더러운 음식 자국이 깨끗하게 씻겨나가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나는 접시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습니다. 확실하게 고해성사를 보면서 느끼는 점입니다만, 예전에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고해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공부를 하면서 죄라고 생각된 것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것을 평생 살면서 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고해를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결과를 나중에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아찔할 때도 있었습니다. 개신교를 창설한 마르틴 루터는 사실 세심증 증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간혹 어떤 경우는 신부님께서 너무 세심하게 죄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심증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꼼꼼히 봐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접시에 묻은 음식물 자국이 나중에는 굳어지고 딱딱하게 되어서 설거지하는 게 힘든 것처럼, 우리의 영혼도 마치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뭐라고 해도 죄를 깊이 성찰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것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게 자신의 영혼을 거룩하게 다듬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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