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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게 예수님의 성탄 선물이 아닐까?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26 조회수467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제 낮 성탄 대축일 미사를 마친 후였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 바로 뒷자리에 팔순이 넘은 자매님이 앉아계셨습니다. 평화의 인사 때도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 번 더 인사를 드렸습니다. 인사를 드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서셔서 가까이 다가오시며 두팔로 저를 살며시 감싸 안아주시는 것입니다. 순간 멈칫했습니다. 어찌 반응해야 할지 말입니다. 그냥 가만 있자니 좀 이상한 것 같아 저도 가볍게 자매님을 두팔로 가볍게 안았습니다. 4년 전에 어머니 장례미사를 마치고 장지로 향하려고 할 때에도 저에게 오셔서 말없이 안아주셨습니다. 두 번의 포옹 저에겐 가슴 뭉클한 일이었습니다. 어제 미사를 마치고 와서 빈방에 있으면서 낮에 자매님과의 포옹을 생각했습니다. 그땐 순간 일어난 일이라 어떤 느낌을 가질 그런 여유가 없었습니다.

 

혼자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아무 말없이 안아주셨지만 그 모습이 담고 있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심전심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그것도 비록 흔들리는 신앙이지만 여러 가지 말 못할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지금까지 성당에 잘 나와줘서 그 마음을 위로해 주시는 듯한 마음을 표현해 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감사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더 문자로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어머니 장례미사 때도 자매님께서 안아주셨는데 그때 그 마음 잊지 않고 있다고 전해드렸습니다. 이런 내용의 문자를 드렸는데 답장이 바로 왔습니다. 

 

예전부터 말씀을 낮추시라고 해도 호칭에 항상 씨를 붙이십니다. "베드로씨 기쁜 성탄절을 맞이하여 우리 주님의 보살핌으로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입니다. 끝까지 인내하며 만만치 않는 이승의 삶을 뛰어 넘어서 영원한 삶에 희망을 둡시다. 빨간 하트."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문자를 보면서 이 간단한 문자 속에 들어 있는 자매님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었고 그 마음이 짧은 포옹 속에 다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혼자서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그것도 남자가 물론 수도자도 아니면서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짧은 몇 초 동안 안아주신 모습 속에는 그 어떤 위로와 격려의 말보다 강렬한 힘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수많은 허울 좋은 말로 하는 진실이 없는 사랑보다도 더 아름답고 뜨거운 형제애가 아닐까 생각하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납니다. 바로 예수님의 성탄 선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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