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기도하는 교회 (12)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4 : 앉는 자세, 팔을 벌림 앉는 자세 : 모든 미사에서 신자들이 “앉아 있는 경우는 복음 전 독서를 하는 동안, 화답송을 바치는 동안, 강론을 듣는 동안, 봉헌 예물을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성체 후 거룩한 침묵을 지킬 때이다.”(총지침 43항) 이 규정은 앉음이 말씀을 잘 듣고 새기며, 잠잠한 태도를 쉽게 취하며 전례가 드러내는 신비를 향하도록 도와주는 동작임을 가르쳐줍니다. 중세 초기까지 그리고 어떤 지역에서는 오늘날까지 성당에 신자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이는 전례에 참여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서는 자세임을 드러냅니다. 반면에 오래된 성당들 특히 수도원의 경당이나 주교좌 성당에는 수도자들이나 의전 사제단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신자들을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긴 시간 그리고 여러 차례 이루어지는 전례, 특히 시간 전례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중세 이후 많은 성당 안에 의자를 놓게 되는 이유는 개신교의 영향으로 말씀의 전례가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앉는 자세는 편안함을 주기 위해 전례 안으로 들어온 자세입니다. 이 편안함의 핵심은 전례가 거행하는 신비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주일 미사 중, 제1독서와 제2독서 때에 앉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성의를 다해 응답하고, 그 의미를 묵상하기 위해서 취하는 자세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현존 앞에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기 위한 자세이기도 합니다. 봉헌 행렬이 이루어지는 중에 또는 영성체 후에 앉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한 시간입니다. 이처럼 앉아서 지키는 잠시의 침묵은 전례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참고로 주례자의 좌석 특별히 주교좌나 아빠스의 자리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주님께서 ‘지금 여기 현존’하시며 직무를 수행하는 이를 통해 친히 주례하신다는 사실과 직무를 수행하는 이의 모든 권위가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팔을 벌림 : 전례 거행 안에서 팔을 벌리는 자세는 주로 사제의 동작입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사제가 팔을 어떻게 벌려야 하는지 획일적인 동작으로 지시하지 않습니다. 사실 팔을 들고 손을 높이 펼치는 동작은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자세입니다. 이는 초월적인 존재를 향해 자신의 바람을 청하는 동작으로 사용됩니다. 사제는 팔을 벌려 기도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모든 권위주의적 태도와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려는 자만심을 내려놓고 빈손을 하느님께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빈손을 하느님의 선물로 채워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주먹을 펴고 들어 올린 빈손은 자기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폭력적인 마음을 버리고 자신을 비움으로써 하느님의 도움과 은총으로 채우려는 희망을 드러냅니다. 어떤 이들은 팔을 벌리는 자세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모습을 모방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중세 때 미사를 신비적으로 해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자세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석하든, 팔을 벌려 기도하는 사제와 함께 하느님의 은총을 청할 때도 또는 혼자서 하느님께 빈손을 내어놓고 자신을 비우며 기도할 때도 우리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은총과 도움을 만나고 깨닫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동작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의미는 바로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입니다. 전례 거행 중에 별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행하던 자세와 동작에 마음을 담고 삶을 담아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25년 2월 16일(다해) 연중 제6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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