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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14 조회수668 추천수1 반대(0) 신고

220914.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어느 날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한 천사를 불러, 산골에 살고 있는 어느 여인의 영혼을 가져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 천사는 혼자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어찌하여 너 혼자서 돌아왔느냐?”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그 여인은 너무나 불쌍해서 도저히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인의 남편은 어제 나무에 깔려 죽었고, 이제 막 쌍둥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를 데려오면 그 갓난아이들은 누가 키우겠습니까? 그래서 차마 그 여인을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질책하며 다시 천사에게 명령했습니다. “너는 속히 가서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을 깨닫기 전에는 결코 하늘나라에 되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천사는 할 수 없이 산골로 내려가 여인의 영혼을 빼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천사의 날개가 떨어지고, 천사는 그만 땅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천사는 지상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한 부인이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예쁜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신발을 사러 구둣가게에 왔습니다. 천사는 두 아이를 한참 들여다 본 후에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어머니입니까?” 그러자 부인은 “아니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6년 전의 일이었지요. 이 애들의 아버지가 숲 속에서 나무에 깔려 죽고, 어머니까지 느닷없이 죽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당시에 젖먹이 아이를 기르고 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이 갓난아이들을 나에게 부탁했지요. 그런데 그 다음 해 그만 내가 낳은 아이가 죽게 되었고, 결국 그래서 이 아이들이 나의 아이들이 되어 버렸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천사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오!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면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로구나! 그래, 맞아. 사람은 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는 거야” 바로 그 때 천사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곧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천사는 하늘나라로 되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느님의 사랑’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그야말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습니다.”(요한 3,16).
 
이 큰일을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십자가’를 통하여 이루셨습니다. 사실 ‘십자가의 형벌’은 손과 발이 못박인 채 철저히 무력해진 참으로 무력하기 짝이 없는 비참함의 끝이요, 노예 죄수에게나 행해지는 참으로 냉혹하기 짝이 없는 철저하게 버림받음이요, 그야말로 완전한 패배요,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나무에 달린 자는 누구나 저주받을 자다’라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듯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저주받은 자가 되셔서
우리를 율법의 저주에서 구원해 내셨습니다.”(갈라 3,13)

그래서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는 치욕이요, 그리스인들에게는 스캔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승리요, 구원이 되었습니다. 곧 십자가는 죽음이지만, 동시에 죽음을 죽이셨습니다. 하여 죽음으로써 진정 사셨습니다. 십자가는 무력함이지만, 동시에 구원을 이루는 전능함이셨습니다. 하여 낮아짐으로써 진정 높아지셨습니다. 십자가는 패배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승리셨습니다. 하여, 지면서도 쳐부수셨습니다. 마침내 십자가는 승리의 깃발이 되고, 영광의 월계관이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역사의 역전이요 혁명이며,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표상이요, 완전한 승리의 표상입니다. 그리스도의 영광이요, 현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십자가가 우리의 자랑입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구원을 베푸신 하느님 사랑이 바로 우리의 자랑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갈라 6,14) 
 
오늘, 십자가를 드높여 이 고귀한 그리스도의 구원과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합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요한 3,16)
 
주님!
당신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손에 못이 박히고 가슴이 창에 찔리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시면서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당신 사랑의 멍에를 지고 거부되고 배척받을지라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말게 하소서!
이해받지 못하고 부당한 처사를 받을지라도
사랑으로 져줄 줄을 알게 하소서.
사랑으로 눈감을 줄을 알고, 죄 없으면서도 뒤집어쓸 줄을 알며
약해져 꺾일 줄 알고, 낮아져 밟힐 줄을 알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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