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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1 조회수364 추천수1 반대(0) 신고

23010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또한 새해 첫 날, 모든 날들의 어머니인 날입니다. 대축일을 축하드리며, 세배도 드립니다.
 
“축복의 멋진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특별히 “하느님의 어머니”(천주의 모친, 모후이신 마리아)의 신비를 잠깐 보고자 합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사건, 이를 두고 우리는 ‘강생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이름 하여,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시는 일’, ‘인간이 하느님을 낳은 일’, 곧 ‘인간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강생을 담은 신비로운 그릇인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어머니”란 호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우선 낳은 아기가 ‘하느님’이라는 신원의 정체성을 드러내줍니다. 곧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줍니다. 동시에 그 어머니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됨을 말해줍니다. 이에, 교회는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그리스도는 참된 ‘하느님’이며, 따라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장엄하게 선포하였습니다.
 
이 호칭을 직역하면, ‘하느님의 어머니’라기보다는 ‘하느님을 낳으신 분’(Θεο(하느님)+τοκοσ(아기를 낳다)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마리아가 하느님과 동급인 신적인 존재이거나 또는 하느님보다 더 위대한 존재인 ‘삼위일체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말이 아니며, 혹은 성부 하느님의 어머니도 성령의 어머니도 아니며, 단지 인간이자 피조물이며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성자의 어머니’를 뜻하며, 성자의 강생을 비추어줍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오랫 동안 기다려 온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영원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오시는 분’, ‘다윗과 같은 임금으로서의 메시아’로 드러납니다. 곧 예수님은 ‘새 다윗 임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다윗 왕가의 자손’(마태 1,1)임을 밝히며, 마리아는 ‘임마누엘의 어머니’(마태 1,6)로 증언됩니다. 따라서, 고대 이스라엘의 눈으로 보면, 마리아는 ‘왕실의 모후’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리아가 ‘다윗 왕조의 임금인 예수님의 어머니’라면 ‘왕의 어머니인 여왕 혹은 모후’로 부르는 것이 합당함을 말해줍니다. 사실, 서구 근대의 왕국에서 ‘여왕’이라는 호칭은 왕의 아내를 지칭하지만,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여왕’ 혹은 ‘왕비’란 왕의 아내가 아니라 ‘왕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호칭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는 ‘태후’ 혹은 ‘모후’인 것입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에서 왕의 어머니는 ‘모후’로서 영예를 누리며 공경을 받았으며, ‘왕관’을 쓰고 ‘왕 오른편에 놓인 왕좌’에 앉아 왕과 함께 다스렸고, 왕에게는 가장 유력한 ‘전구자’ 역할을 하였습니다(1열왕 2,13-18),
 
따라서 마리아가 ‘그리스도 왕국의 모후’라면 그리스도인들이 ‘모후’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리는 것은 마땅하며, 또한 임금이신 예수님께 우리를 위해 ‘전구’해주시도록 기도드리는 것도 합당하게 됩니다. 그러니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마리아를 ‘공경’하고 ‘전구’를 청하는 전통은 ‘그리스도 왕국의 천상 모후’라는 마리아의 정체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마리아 공경’과 ‘하느님 흠숭’의 차이점을 드러내줍니다. 곧 마리아를 공경하고 마리아께 전구를 청하되, 하느님처럼 ‘흠숭’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마리아를 흠숭하고 숭배하는 것은 신성모독이요 우상숭배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예레미아서(7,17-18)에 나오는 ‘하늘여왕에게 과자를 만들어 바치고, 다른 신들에게 술을 부어 바치는’ 우상숭배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렇다면 ‘공경’과 ‘흠숭’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대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 ‘흠숭’의 본질은 희생제사였습니다, 곧 공경하고 간청을 드리고 찬가를 드리는 것은 영웅이나 위인들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있지만, 희생제사는 오직 하느님께 유보된 것이었습니다.
 
이를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교회에서 특별한 공경으로 당연히 공경을 받으신다. 사실 오랜 옛적부터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로 공경을 받으시고,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서 그분의 보호 아래로 달려 들어가 도움을 간청한다. ... 공경은 교회 안에 언제나 있었던 그대로 온전히 돈독한 것이지만, 강생하신 말씀과 똑같이 성부와 성령께 보여드리는 흠숭의 공경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또한 그 흠숭을 최대한 도와준다.”(971항)

가톨릭과 정교회에서 ‘예배’와 ‘흠숭’은 무엇보다도 ‘성찬례의 희생제사’를 바치는 것이며, ‘성찬례’는 오직 하느님께만 바쳐집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인들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 곧 ‘모후’로 공경하지만, 결코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흠숭’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흠숭하는 것’과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점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천주의 모친이신’ 성모님의 축일을 축하드리며, 새해 축복을 빕니다.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주님!
지난 한 해 동안 당신이 하신 일,
그 큰 자비를 제 마음 한가운데 새겨 주소서.
그 자비가 제 중심이 되고, 제 기쁨이 되게 하소서.
그 자비를 늘 맨 첫자리에 두고,
그 어느 것도 그보다 낫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올 해도 그 자비가 날로 커지고, 그 기쁨이 새로워지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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