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섬집 | |||
---|---|---|---|---|
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23-01-10 | 조회수297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섬집 이순의
시골집 창문에 달빛께서 손님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가로등 불빛이 밤내내 어두운 촌집의 방안을 비추느라 졸고있는 것입니다
저 빛이 달빛이라면 길가는 달님을 따라
창문 무늬도 짧아졌다 길어지고 또 밝아졌다가 희미해지기를
초승 무늬 어둡고 보름 무늬 짙은 이야기들 나눌텐데
가로등 보초병이 고단한 졸음으로 창문에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래도 한숨자고 깨어 소피보러 가는 변소길에 벗이 되어 좋습니다
변소에만 산다는 빨간 손 귀신도 저녁내내 보초서는 저 훤한 가로등 불빛에
싸워서 졌나봅니다
골목의 몽달 귀신도 쫒겨가고 없나봅니다
두엄자리 빚자루 귀신은 두엄이 없어서 집 없는 나그네 되어 떠났나봅니다
소피 쏟고오는 꼭두의 새벽 변소길에 뒤통수에 서늘한 무서움이없는 걸보니
귀신들은 다 떠나가고
성실한 가로등이 저녁내내 골목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이집 저집 잘지키고 있다고 창마다 밤마다 똑같은 그림으로 표시를 하고 있나봅니다
신안 섬 집에 와서 적어봅니다
2019년11월27일 새벽 두시쯤에 어린시절에 무섭던 변소길을 추억하며 이순의가 썼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