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8. 새 계약(예레 31,23-40)

유다의 회복에 대해 주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그들의 운명을 돌릴 때, 그들은 이런 말 다시 할 것이다. ‘주님께서 복을 내리신다.’ 유다의 떠돌아다니는 자들이 그곳에 살게 될 것이다. 그들이 평화로이 살 것이다. 나는 지친 이들에게 물 실컷 마시게 하고 허약해진 이들을 모두 배불리 먹이겠다.” 여기에서 내가 깨어나 보니, 잠이 달콤하였다. 이렇게 ‘잠’이 예언자에게 달콤했던 것은 유다의 경이로운 앞날에 대한 계시가 꿈속에서 그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새 질서, 새 정의이다. 보라, 그날에 나는 이스라엘과 유다 집안에 사람과 짐승의 씨를 뿌리겠다. 전에 내가 재앙을 내리려고 그들을 지켜보았듯이, 이제는 세우려고 그들을 지켜보겠다. 그날에 그들은 더 이상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는데 자식들 이가 시다.” 이는 유다인들, 특히 유배자들은 조상의 죗값은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예레미야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나 미래에는 조상의 죄로 후손들이 징벌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한다. 상선벌악은 원칙적으로 집단이 아닌, 죄 지은 개인의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저마다 자기 죄로 죽고, 신포도 먹은 이만, 모두 제 이가 실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의 ‘옛 계약’ 파기를 용서해 주시고는 체결하실 ‘새 계약’은, 시나이에서 내리신 계명과 이에 대한 맹세를 수정하거나 순전히 영적인 새로운 경신례로 이루어지는 계약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이전의 계명과 맹세가 이제는 ‘그들의 깊숙한 곳에’, 곧 인간의 마음속 깊이 새겨짐으로써 체결될 계약이다. 그렇게 새로운 인격을 형성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의 가르침 없이도 주님의 뜻을 깨닫고 그 뜻을 이루어 나가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새 계약의 완성을 보증하는 성찬을 제정하실 때 이 예언 말씀을 참조하신다.

보라, 그날이 온다. 그때에 나는 새 계약을 맺겠다. 그것은 내가 이집트에서 나올 때에 맺었던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내 계약을 깨뜨렸다. 이제 내가 맺어 줄 계약은 이렇다. 나는 그들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다. 그때에는 더 이상 아무도 자기 이웃이나 형제에게 “주님을 알아라.” 하고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낮은 이나 높은 이 모두 나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님 말씀이다. 나는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

낮을 밝히라고 해를 주시고 밤을 밝히라고 달과 별들에 질서를 정하신 분, 파도 소리 요란하게 바다를 뒤흔드시는 분이시다. 이스라엘에 영원한 사랑을 주시는 주님의 말씀이다. “이 질서가 사라지지 않게 하시는 주님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후손도 내 앞에서 영원히 한 민족으로 남으리라. 누가 위로 하늘을 재고 아래로 땅의 기초를 헤아릴 수 있다면, 나도 이스라엘의 모든 후손이 저지른 온갖 소행 탓에 그들을 모두 내던져 버릴 수도 있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침범할 수 없는 미래의 도성을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 말씀이다. 그때에 주님을 위하여 도성이 ‘하난엘 탑’에서 ‘모퉁이 성문’까지 세워지리라. 이 ‘탑’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루살렘 ‘양 문’ 서쪽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측량줄이 가렙 언덕까지 똑바로 더 나아갔다가 고아 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는 시체와 잿더미로 가득한 곳과 ‘키드론’, 그리고 동쪽 ‘말 문’에 이르는 모든 지역이 주님의 거룩한 땅이 되어, 영원히 다시 뽑히거나 부수어지지 않을 것이다.

치드키야 제십년에 바빌론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있었고, 예레미야는 왕궁 경비대에 갇혀 있었다.[계속]

[참조] : 이어서 ‘9. 기도에 응답하신 하느님(32,1-44)’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