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5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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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5-11 | 조회수479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요한 15,9-11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 머무르려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습과 규칙들을 존중하며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습들을 가볍게 여겨 함부로 대하거나,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여 반드시 지키는 규칙들을 쉽게 어기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아끼고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러면 그들과 나의 관계는 단절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칙은 ‘하느님 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주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정의와 공정의 원칙들을 나도 받아들여 철저히 지키고, 사랑과 자비의 관습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만 주님 나라 안에서, 주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하느님 나라’에 산다는 것은 주님의 사랑 안에 깊이 머무르는 것입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그 사랑이 주는 기쁨에 흠뻑 젖어들어 그분 사랑에 물들어 갑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주님 사랑을 한껏 받아들여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그 안에서 사랑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사랑 밖에 가진 게 없기에, 내놓고 나눌 것도 사랑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면 매일 매일이 기쁘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불평과 불만, 질투와 시샘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휘둘릴 일이 없기에, 불행해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라고 초대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두가지 어리석음을 범하곤 합니다. 하나는 사랑이 아닌 미움에 머무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에 머무르긴 하는데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첫째, 우리는 너무 사소한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여 마음이 미움에 물들곤 합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얌체 같이 운전하는 사람이 얄미워서,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나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서, 버스 안에서 시끄럽게 통화하거나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쓰지 않고 큰 소리로 영상을 틀어놓고 보는 사람이 너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해서 분노하며 그들을 향해 비난과 단죄의 말들을 쏟아내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내 마음이 미움에 물들면 내 기분만 더 나빠지고 불쾌해질 뿐입니다.
둘째,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에 너무 쉽게 휘둘립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미움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 다르기에 모두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는 없는 겁니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쫓아 달리느라 나 자신만 지칠 뿐이지요.
그러니 나를 더 지치고 힘들게 만들 뿐인 미움이나 남들의 시선에 머무르는건 이제 그만 해야겠습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 내가 삶의 참된 행복과 구원을 누리기를 바라시고 그렇게 이끄시는 주님의 마음과 뜻에만 온전히 집중하면서, 그분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계명을 열심히 실천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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