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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버지의 구두 / 따뜻한 하루[47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9 조회수63 추천수3 반대(0) 신고

 

 

45년 전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저희 아버지는 도매업 관련해서 큰 사업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버지 사업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걸 어렸을 때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평소 그렇게 잘 웃으시던 아버지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 먹을 때나, 퇴근 이후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계셨습니다.

 

어느 날 흙 묻은 아버지의 구두를 보고 화장실에서 물에 담가 솔로 깨끗이 닦아 놓았습니다.

어머니가 제 운동화 빨아줬을 때 기뻤던 경험 땜에, 아버지도 좋아하실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마를 줄 알았던 구두가, 다음날까지도 마르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마르지 않았던 구두에 정말 당황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출근 전, "이거 뭐야? 누가 그랬어?"하며 구두를 보며 물으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꾸중 듣는 게 두려웠지만,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꿀밤에 욱신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잡으며, 아버지 얼굴을 조심스럽게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모습에서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웃고 있는 아버지의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내내 웃지 않던 아버지께서 저에게 꿀밤을 때린 이후 어느 때보다도 활짝 웃고 계셨습니다.

 

그날 제게 왕 꿀밤을 주신 아버지는 젖은 구두를 신고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출근하셨습니다.

전쟁과 같은 사회에서 축 늘어진 아버지의 어깨는, 제 행동에 다시 힘이 솟은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가족이 주는 위로는 세상 어떤 것보다 더 따뜻하며, 더욱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그리스도인의 가정에서 무슨 일이든지 주님 위하듯 해라십니다(콜로 3,18-21).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님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제발 자녀들을 들볶지들 마십시오. 그러다가는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만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진실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입니다.

아들의 아버지 구두 손질이 아버지의 기를 살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태그 구두,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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