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영근 신부님_<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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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9-19 | 조회수106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는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서 식사 때 있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루카 7,37-38)
죄 많은 그녀는 감히 예수님의 앞쪽에 나서지도 못하고 뒤쪽 발치에서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셨습니다. 자신의 머리 위에 간직한 가장 고귀한 머리카락으로 땅에 붙이고 있는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습니다. 그 발에 당신 입을 맞추고 그 발에 자신의 전부를 쪼개어 부수고 깨뜨려 그 발에 붓고 발라드렸습니다.
하여, 그 옥함의 사랑의 향기는 온 집안 온 고을로 퍼져나갔습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루가복음 해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루카 7,47) 오늘도 내가 있는 우리 집, 우리 공동체 안에는 ‘죄 많은 여인’(교회)이 부은 사랑의 향유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나는 왜 공동체에 파고든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오늘도 내 형제들은 예수님을 섬기며 발을 닦아드리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그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것은 결코 닦아드릴 머리카락이 없어서가 아니라, 머리를 수그려 발까지 자신을 낮출 줄 모르는 까닭이 아닐까요?
아직도 향유를 나를 치장하기 위해 쓰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요? 값비싼 것을 낭비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물질에 애착하고 있는 까닭은 아닐까요?
아직도 자신을 감추어 둔 채, 다 부수지 않은 까닭이 아닐까요? 결국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까닭이 아닐까요? 그러니 이제는 온 집안에 가득 퍼진 이 감미로운 사랑의 향기에 종일토록 취할 일입니다.
내내토록 찬미할 일입니다. 그 향기 온 몸에 묻혀, 바다소라처럼 그 향 되어 날릴 일입니다.
오늘 하루 이 그리스도의 향기에 흠뻑 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향기가 되어 세상에 뿜으시길 바랍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루카 7,47) 주님! 제 영혼의 막힌 코를 뚫으소서! 옥함을 깨뜨려 향유를 쏟듯 제 온몸에 쏟아지는 숨 가쁜 당신 사랑의 향기를 맡게 하소서. 저를 부수어 진한 향기의 피가 흐르게 하고 부서질수록 향기 짙어가게 하소서. 온 집안에 베인 감미로운 사랑의 향기를 내내토록 찬미하게 하소서. 많이 용서 받았기에, 많이 용서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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