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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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5 | 조회수11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루카 12,54-59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어르신들은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깊으신 분들입니다. 그 지혜는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람들이 억지로 머리 속에 집어넣는 ‘지식’과는 다르지요.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올 것을 압니다. 개미가 작은 돌이나 나무가지들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곧 장마가 올 것을 압니다. 바람의 방향이 남에서 북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곧 닥쳐올 무더위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관심 있게 지켜본 덕에 알게 된 것들입니다. 그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이에게는 그것이 곧 닥쳐올 일들을 예상할 수 있게 만드는 ‘표징’이 되는 겁니다.
그런 모습은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도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자연에서 표징을 읽어내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변화의 조짐을 읽어내고 미리 대비하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님에도 비판하시는 것은 그들이 당장 자기들의 이익과 연결되는 자연의 표징을 읽어내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자기들이 전념해야 할 일에는, 다시 말해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읽어내고 대비하는 데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누리게 해주는 ‘지식’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작 자기들의 구원에 직결되는 구원의 ‘진리’는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기적들과 수많은 비유 그리고 가르침들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자기들이 원래 살아왔던 그대로, 하느님과 별 상관없이 살았던 예전의 생활방식대로 살고자 했지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익숙하고 편안해진 세상의 방식을 불편하고 힘든 하늘의 방식으로 바꾸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늘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이익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했기에, 더 나아가 큰 불이익과 희생까지 감수해야만 했기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는, 즉 구원의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는 철저하게 무관심했던 겁니다.
그러나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 내가 모르는 척 외면한다고 해도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되었으며 결국엔 온 세상이 하느님의 뜻과 다스림이 온전히 실현되는 그분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주님이 강조하신 올바른 판단이란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주님은 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를 기준으로 심사숙고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판단한 바대로 실행에 옮겨야겠지요. 그것이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며 그 나라의 완성을 희망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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