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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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9 | 조회수9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루카 13,18-21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여 설명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란 하느님의 뜻과 다스림이 실현되는 상태를 가리키지요. 그리고 그런 상태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 하느님께서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믿음, 하느님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신다는 믿음. 그런 믿음이 바로 하느님 나라를 ‘우리 가운데에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오늘의 비유는 곧 ‘믿음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참된 믿음을 마음에 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 큰 결실이 맺어진다는 진리를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겁니다.
먼저 겨자씨의 비유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내 마음의 정원에 심고 실천으로 잘 가꾸면 그것이 ‘큰 나무’로 자란다고 하십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기도와 희생, 나눔과 봉사라는 거름입니다. 그 거름을 충실하게 주신 분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믿음이 크고 깊어집니다. 그리고 삶이 힘들고 괴로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혼란스럽고 답답할 때 그 믿음이라는 나무가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이정표가 되지요. 그것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들에 깃들이는’ 상태입니다. 반면 세상 것들에만 관심을 두고 욕심과 집착이 이끄는 대로 사는 이들은 마음에 심은 믿음의 나무가 무관심 속에 메마르다가 시들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 기댈 곳이 없어져, 실패나 절망에 맞닥뜨리게 되면 그대로 무너져버리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다음은 누룩의 비유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룩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누룩은 밀가루 반죽 안으로 들어가 그것을 부풀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반죽이 부푼다는 것은 발효되어 새로운 성질로 변화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그 내부 공간이 넓게 ‘확장’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마음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으면, 세상 것들에 대한 욕심과 집착들만 가득하면, 삶이 내 뜻과 계획대로 안되는 순간 마음이 걱정과 근심으로 잔뜩 쪼그라들어 버립니다. 그러면 도무지 ‘살 맛’이 안나고 뭘 해도 기쁨이나 보람이 없지요. 그러나 마음 속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으면, 삶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변화됩니다. 굳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시고 섭리하시는 특별한 계획 안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알기에, 실패나 좌절을 겪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평정심’을 지니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참된 맛을 느끼며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믿음이라는 씨앗을 내 안에 받아들이고 잘 가꾸기 위한 ‘노력’이 그것이지요. 하느님 말씀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린다면, 그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겨자씨는 썩어버리고 누룩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세상 사람들은 작아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겨자씨를, 눈에 보이지 않는 누룩을 무시하며 소홀히 여기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으로 겨자씨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순명으로 누룩이 우리 삶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알아보는 사람들입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당장 내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도, ‘그럼에도불구하고’ 마음 속에 굳은 믿음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풍성한 결실을 얻을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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