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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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5-01-14 | 조회수203 | 추천수7 | 반대(0) |
성탄 미사를 드릴 때입니다. 성탄 밤 미사는 제가 주례와 강론을 했고, 낮 미사는 부주임 신부님이 미사와 강론을 했습니다. 부주임 신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탄 밤 미사의 주제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성탄 낮 미사의 주제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말씀이라는 겁니다. 그 말씀이 하느님이셨고, 그 말씀이 태초부터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만들 때는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만드셨고, 하느님과 통할 수 있는 ‘말’을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맨 처음에 사람은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람은 악의 유혹으로 하느님과 멀어졌고,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말’을 상실했습니다. 에덴동산에 불 칼로 벽이 생긴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장벽은 사람이 하느님과 말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제 말씀이 사람이 되셨으니, 예수님을 따르면 우리는 다시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으니,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 우리는 다시 ‘낙원’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주임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좋았습니다.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면서 이제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비난, 원망, 분노, 시기, 질투, 욕망’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평화, 믿음, 희망, 사랑, 나눔, 희생’을 드러내는 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말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말이 사람을 살리는 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부님은 서품식 때 입었던 ‘서품 제의’를 입었습니다. 제의의 뒤에는 가시관과 쇠못이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지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와서 사제가 된 신부님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충실하게 따르겠다고 다짐했고, 제의를 통해 드러냈다고 생각했습니다. 34년 전에 저도 서품 제의를 준비했습니다. 나름대로 의미를 두기보다는, 수녀님이 보여주는 견본 중에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포도나무와 가지가 있는 제의를 정했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쓴 글에서 ‘구유, 십자가, 감실’이 수놓아진 영대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프라도 신부님의 영대였는데, 신부님은 영대를 걸치면서 그 의미를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구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상징하며, 우아함과 동시에 겸손의 상징입니다. 구유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겸손함을 상징합니다. 루카 복음 2장 7절은 “그분이 태어나셨으나 그를 위한 곳이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세상이 예수님을 환영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낮고 소외된 장소에서 인류의 구세주가 태어나신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표징입니다. 우리들 또한 겸손함을 살아야 합니다. 사제로서 우리는 이러한 겸손을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사명은 항상 높은 곳, 큰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낮은 곳에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겸손한 마음을 간직한 자를 사랑하십니다. 구유의 정신은 우리에게 “주님, 저는 당신의 사랑을 나누기 원하는 작은 도구입니다.”라는 기도처럼 겸손함을 일깨워줍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나타내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상기시킵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합니다. 요한복음 15장 13절에서 예수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는 단순한 고통의 상징이 아닌, 진정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제의 삶 역시 그러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내어주고, 공동체의 필요를 채우며,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 각자가 삶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실은 구유와 십자가를 연결하며, 우리의 신앙생활에 깊은 의미를 제공합니다. 감실은 성체가 보관되는 특별한 장소로, 하느님이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가까이 계신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신앙의 중심에서 주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줍니다. 사제로서 우리는 감실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권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성체 안에 현존하심을 믿고, 그분의 사랑과 은총을 전하는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고,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겸손하게 살아가고, 기꺼이 희생하며, 성체 안에 계신 주님과 항상 함께하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에 대해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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