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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15 조회수59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주간 수요일] 마르 1,29-39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보내시는 숨가쁘게 바쁜 하루는 그분이 3년이라는 공생활 내내 살아가신 모습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파르나움에서 안식일을 맞으신 예수님은 오전에는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며 더러운 영을 쫓아내셨고, 낮에는 모든 유다인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관습대로 제자인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셔서 함께 하셨으며, 해가 지고 공식적인 안식일이 끝난 저녁시간 이후에는 베드로의 집 문 앞에 모인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해주셨지요. 쉬거나 밥 먹을 시간은 물론이고 정말 제대로 숨 돌릴 틈 조차 없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한 명 한 명 사랑으로 치유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홀로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하느님께 기도하십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과 비교하면 여러가지 이유로 기도를 나중으로 미루곤 하는 우리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워지지요.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일이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피곤해서, 힘들어서 등 여러 이유나 핑계를 대며 신앙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인 기도를 자꾸만 나중으로 미루는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는 기도가 당신 삶에서 최우선이자 가장 소중한 일과였지요.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함으로써 당신이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 당신이 다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되새기셨던 겁니다. 그랬기에 수많은 이들이 당신을 찾고 만나고자 하는 상황에서도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본래 소명인 복음선포를 위해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실 수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하루를 그분 뜻 안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분께서 나를 창조하시고 세상에 보내셨으니, 하루를 시작하기 전 그분 뜻을 헤아리고 찾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기 소원이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지만, 기도의 참된 목적이자 원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을 찾고 받아들이는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실 때에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라 하셨지요. ‘주님의 기도’를 그렇게 자주 오래 바쳐왔으면서도 저 첫번째 원의를 진심으로 바라고 청했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기도는 세상의 일, 사람의 일을 다 마친 후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에는 하느님을 찾는 간절함도, 그분과 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찰도, 그분의 뜻에 대한 헤아림도 없기에 그저 눈앞의 물질적인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주술행위’가 되고 말지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따로 시간을 내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온 마음으로 기도를 바쳐야 내가 보내는 그 날 하루 전체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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