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주간 화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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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5-01-21 | 조회수35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2주간 화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 마르 2,23-28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십자고상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래서 십자고상을 바라볼 때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분의 사랑을 다시금 기억하고 또 기념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성모상을 비롯한 성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성상은 그것이 가리키는 성인의 삶과 신앙에 대해 묵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래서 그 성상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그 성인처럼 하느님을 굳게 믿고 깊이 사랑하는 신앙생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십자고상 자체를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시하거나, 성모상 자체를 성모님과 동일시하여 미신적으로 숭배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먼저 찾은 나머지 신앙의 주객이 전도되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혼동은 십자고상 같은 성상을 대할 때만이 아니라, 계명을 해석하는 데에서도 생겨납니다. 그 계명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마음, 인간에 대한 그분의 깊은 사랑을 헤아리지 못하고 계명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만 지키려고 할 때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런 모습으로 계명의 내용들을 어기지 않는 데에만 신경쓰다보니 그 계명에 담겨있는 참된 의미를 찾는 일에는 소홀해집니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내가 그 계명들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도록 배려해주신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다보니 그 계명들을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계명을 지키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 속에 ‘나는 이렇게 힘들게 계명을 지키는데 너는 왜 안지키느냐’는 억울함과 분노가 생겨 그들을 비난하고 단죄하려는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킬 때에는 먼저 하느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 계명을 우리에게 주신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의무감 때문에, 마지 못해서 계명의 내용을 최소한으로만 지키려고 하는 수동적인 신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남을 위해서’만 신앙생활을 하는 수동적인 사람은 신앙생활이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맛 볼 수 없습니다. 계명은 하느님께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계명에 담긴 참된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하느님께서 그 계명을 만드신 이유, 즉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내 안에서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계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단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그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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