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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23 조회수80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마르 3,7-12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그 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액받이 무녀였던 월은 왕인 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도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슬퍼져서 조용히 궁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훤은 충격을 받아 월을 불러들이고는 큰 소리로 호통을 칩니다.

 

"누가 너에게 마음대로 떠나라 허했느냐? 누구의 허락을 받고 떠나는거냐?"

 

"소임을 다했기에 물러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누가 소임을 다했다 하느냐? 내 심중에 자리한 고통과 고단함을 덜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전하께 필요한 사람은 소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소인은 그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명한 것은 전하십니다."

 

“멀어지라 명한 적도 없다! 네 말이 옳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가 그 아이인지 그저 너인지 나는 혼란스럽다. 허니 내가 이 혼란을 잠재울 때까지, 이 감정이 뭔지 알게 될 때까지 감히 내 옆에서 멀어지지 마라. 어명이다.”

 

처음에 이 장면을 봤을 때에는 훤의 심리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답답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지도 말고, 애매한 거리에서 모호한 상태로 있으라니...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썸만 타고 있으라"는 것인데 그것은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훤이 너무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군중들을 멀리하시는 모습을 보입니다. 목자 없는 고통에 신음하는 군중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더러운 영에 시달리던 사람들... 당신이 그토록 측은하게 여기고 사랑하셨던 사람들입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시어 손 잡아 주시고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셨던 예수님이십니다. 그랬던 분이 왜 갑자기 그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시는 것일까요? 그들이 귀찮아져서 그들과 함께 엮이는 것이 너무 피곤해져서 일부러 피하시는 것일까요? 아니면 아무리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당신이 하시는 일 자체에 회의를 느끼셨기 때문일까요?

 

예수님이 의도하신 바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그분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예수님과 군중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군중들은 병에서 낫고자 하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막무가내로 그분께 달려들었습니다. 예수님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지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보지도 않았지요. 마치 아들 낳기를 원하는 여인이 자기 마음대로 돌하르방의 코를 떼어가는 것처럼, 예수님의 마음과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분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군중들이 그런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배려하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지는 것은 또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더러운 영'들처럼 예수님을 멀리 밀어낸 채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살면 하느님의 뜻에서 완전히 멀어진 채 절망과 어둠 속에서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처럼 당신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당신을 따르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내가 주님께 바라는 것과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 아무것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 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또한 내가 바라는 것을 무조건 주님께 강요하는 것도 신앙이 아닙니다. 참된 신앙이란 주님을 믿고 바라며 희망하되, 무작정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그분께 달려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주님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살며 그분과 멀어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시고 걱정하시며 아껴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내가 그분께 바라는 것이 주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과 일치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가 주님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분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다면 한 걸음 다가가고, 그분께 너무 밀착되어 있다면 한 발 물러나서 조금은 과했던 나의 마음을 진정시켰으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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