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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사랑과 지혜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은 사랑의
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2025-02-26 조회수5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25.2.26.연중 제7주간 수요일                                                                   

 

집회4,11-19 마르9,38-40

 

 

사랑과 지혜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은 사랑의 지혜뿐이다”

 

 

“주님, 당신 가르침을 사랑하는 이에게 평화 넘치고,

 그들 앞에는 무엇하나 거칠 것이 없나이다.”(시편119,165) 

 

얼마전 수도공동체가 선물로 받은 책들 제목이 언뜻 눈에 띠었습니다. 어느 영성심리 상담 사제가 쓴, “나로 사는 걸 깜박했어요-루카복음서에서 찾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힘”이란 책이었습니다. 

 

진짜 나를, 바로 참나를 살아가는 이들이 지혜롭고 겸손한 자들이요 내적 부요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부단히 참나를 깨달아 발견해 갈 때 지혜롭고 자유로운 삶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도 이런 지혜에 있음을 봅니다. 오늘 옛 현자의 가르침도 지혜 공부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를 뽐내기 위해 세상을 걱정하는 척하지 마라. 어른의 근심은 과시가 아니라 귀감이 되어야 한다.”<다산>

읽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진정 지혜로운 자는 과시하는 어른이 아니라, 귀감이 되는 어른임을 깨닫습니다.

“덕을 수양하지 못하고, 학문으로 사리를 밝히지 못하며, 의를 듣고도 전하지 못하고,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 이것이 나의 걱정이다.”<논어>

참으로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공자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즉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얼마전 써놓고 자족하며 나눴던 ‘바다와 산’이란 글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바다가

 바다에 가다니요

 그냥 있으세요

 당신은

 깊고 넓은 바다예요

 

 산이

 산에 가다니요

 그냥 있으세요

 당신은 

 깊은 산이예요”

 

가만히 산같은 자세로 바다같은 마음으로 주님 안에 머무는 묵상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바다가 지혜를 상징한다면, 산은 사랑을 상징합니다. 사랑과 지혜는 함께 갑니다. 사랑에서 샘솟는 지혜요 분별의 지혜도 사랑에서 나옵니다. ‘지자요수 인자요산의 사람’은 바로 사랑과 지혜의 사람입니다. 산같이 어진 사람이 바다같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둘이자 하나인 참 좋은 상호보완관계에 있는 ‘바다와 산’입니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의 조건중 하나가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집이 남쪽을 향하고 있을 때 북쪽에는 산이, 남쪽에는 강이 있는 것을 뜻하는데 역시 지혜와 사랑이 함께 함을 봅니다. 제 요셉수도원의 경우 배경의 불암산에 넓게 열린 전방의 푸른 하늘은 바다로 생각하며 자주 자족한 적도 생각납니다. 제 좋아하는 ‘산과 강’이라는 수도좌우명도 이를 노래합니다.

 

“밖으로는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사랑과 지혜를 추구하는 이상적 삶을 향한 갈망을 노래한 시입니다. 오늘 집회서 말씀도 지혜 찬가처럼 들립니다. 이 모두 역시 깊은 사랑에서 나온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이른 새벽부터 지혜를 찾는 이들은 기쁨에 넘치리라.

 지혜를 붙드는 이는 영광을 상속받으리니

 가는 곳마다 주님께서 복을 주시리라.

 지혜를 받드는 이들은 거룩하신 분을 섬기고

 주님께서는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신다.”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지혜를 사랑합니다. 지혜를 사랑할 때, 사랑의 지혜가 되어 갑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도 이런 사랑의 지혜뿐입니다. 인자무적(仁者無敵), 지혜를 사랑하는 어질고 관대한 자에게는 적이 없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지혜인 예수님께 그대로 해당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제자들의 옹졸하고 편협함과 예수님의 관대함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스승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이들이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일을 못하게 막았다는 제자들을 향한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자는 결코 화를 내지 않고 온유하며 겸손합니다. 바로 하느님의 지혜인 예수님이 그러했습니다. 바다같이 깊고 넓은 마음이 정말 지혜로운 사랑입니다. 사랑이, 섬김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아무도 심지어는 교회도 하느님을, 하느님의 나라를, 진리를, 사랑을, 정의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하는, 누구나에게 차별없이 열려 있는 하느님의 나라요,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 평화와 지혜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아 날로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주님, 당신 구원을 애타게 그리나이다.

 당신 가르침이 저의 즐거움이옵니다.”(시편119,174).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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