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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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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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25 | 조회수63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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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요한 21,1-14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고, 자기가 반드시 이루고 싶은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기 뜻을 이루기 위한 선택들을 하며 움직여가지요.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기 입장과 이익만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세속적인 것들만 생각하다가 하느님의 뜻으로부터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그래서는 안됩니다. 내 뜻을 버리고 주님 뜻에 순명할 마음이 없다면, 하느님께서 소중하게 여기시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마음이 없다면, 그건 진정으로 주님을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순명’은 우리가 반드시 지녀야 할, 또한 잘 갈고 닦아야 할 덕행입니다. 그 덕행을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성취하는가에 따라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는가 아닌가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순명의 덕이 내 안에 온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한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바로 내 마음에서 힘을 빼는 작업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힘과 능력에 비하면,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부족하고 약하며 비천한지를 철저히 깨달아야 내 마음에서 교만과 고집이라는 힘을 뺄 수 있지요. 그리고 그런 내가 살기 위해서는 주님 뜻을 받아들이고 따라야겠다고 결심하며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금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뭐 하나라도 남들보다 나은 게 있으면 어느 새 목이 뻣뻣해지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상태가 심해지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을 심판하고 단죄하려 들지요. 참으로 안타깝고 또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밤새 허탕을 치도록 내버려 두십니다. 갈릴래아로 가서 당신을 기다리라는 말씀을 따르지 않고,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하려는 제자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분명히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들이 예수님 생전에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며 힘을 주셨기 때문인데, 그들은 어느 새 그 중요한 사실을 잊은 채 예수님 없이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다 여기며 자기들의 원래 생업이었던 고기잡이에 뛰어들었지요. 그런데 밤새도록 호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없이 그물을 던져보아도 단 한마리의 고기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 처절한 실패 체험을 통해 제자들은 마음에서 교만과 고집이라는 쓸 데 없는 힘을 완전히 뺄 수 있었고, 그랬기에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는 ‘낯선 이’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자세로 순명한 결과 자기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이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배 오른쪽”은 하느님 뜻에 맞는 방향,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들을 상징합니다. 자기 뜻을 이루려는 고집과 교만을 버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그리고 겸손과 순명으로 그 말씀을 받아들이고 따를 때 우리는 처절한 실패와 깊은 절망 속에서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며 힘을 주심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님의 권능에 힘입어 팍팍하고 힘든 우리 삶에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의 슬픔이 기쁨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어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들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고 누려야 할 부활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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