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2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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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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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01 | 조회수84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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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목요일] 요한 3,31-36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오늘 복음에서는 ‘위’ 즉 하느님 나라와 ‘땅’ 즉 이 세상이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질적이고 유한한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세상과 그리고 거기에 속한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 처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우리는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영혼을 지니고 있지요. 하느님께서 창조 때에 내 안에 심어주신 뜻을 찾고 따르면 그분께서 나를 처음 만드셨을 때의 선하고 완전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몸이 세상에 속해있다고 해서 마음과 영혼까지 세상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지 말고, 언젠가 우리가 돌아가야 할 ‘본향’인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며 그 나라에 살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변화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위에’라고 번역된 부분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abobe all”이 되는데, 이는 가장 중요하고 귀한 ‘한 가지’를 다른 모든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그러므로 하늘에서 오신 분, 즉 주님께서 “모든 것 위에 계신다”는 말씀은 그분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 않고 초월하여 계신다거나, 그분께서 계시는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을,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지키는 것을 이 세상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에서 주님이 모든 것 위에 계시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가 살면서 마주하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주님께 우선권을 내어 드리는지, 지금 내 삶에서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성찰해봐야 합니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 것이 우리 세상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루 종일 세상만 바라보고 있으니, 내 모든 주의와 관심을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에만 기울이고 있으니 그 밖의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지요. 그래서인지 저도 가끔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말수가 적어집니다. 주택, 주식, 재테크, 사교육 등등 그들이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끼어들 수가 없고 홀로 ‘외딴 섬’처럼 멀뚱멀뚱 앉아있다 오곤 하지요. 물론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관심과 생각이 세상을 향해 있으면 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욕망과 집착이 이끄는대로 걸어가다보면 자신이 멸망 한 가운데에까지 깊숙이 들어간 뒤에야 뒤늦게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 때 후회해봐야 이미 때는 늦습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은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위’를 보고 살아야 합니다. 세상 것들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마음에서 덜어내고, 주님께 머무르실 자리를 내드려야 합니다. 그 동안 하고 싶은 것, 좋아보여 욕심 나는 것을 먼저 하느라 내 마음 속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로 밀려나신 하느님께 다시 ‘앞 자리’를 내어드려야 합니다. ‘세상의 일’을 먼저 하고 시간이 남으면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들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그분 뜻 안에 따라 ‘세상의 일’을 하려고 노력하면 전능하신 하느님의 섭리와 이끄심에 따라 가장 좋은 결실을 얻게 됩니다. 그것이 성령의 인도에 따르는 삶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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