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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06 조회수137 추천수8 반대(0)

며칠 전, 참 감동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미국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한 자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어릴 적에 성당에 다니면서 수녀님들의 모습에 감동받았고, 수도자가 되고 싶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정을 먼저 돌봐야 했고, 결국 좋은 분을 만나 결혼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목사가 되겠다고 하셔서, 미국에 오셔서 30년 넘게 목사님의 아내로 살아오셨습니다. 참 묘하지요. 하느님을 향한 마음은 있었지만,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삶을 다시 돌아보던 그 자매님은 작년에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제가 성당에 다닌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늘 성당에 있었습니다. 고백성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 자매님은 30년 만에 고백성사를 보셨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서 성당에 나가며, 봉사하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자매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십니다. 자매님의 걸음 하나하나를 지켜보셨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자매님의 이야기는 단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돌아감은 단지 죽음 이후의 귀향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여정입니다. 저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플라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플라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이데아 세계의 기억을 품고 태어난다.” 이데아란 무엇입니까? 완전한 세계, 영원한 참된 세계입니다. 우리는 그 세계의 아름다움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기에,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감동하고, 진리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바로 그것이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내면의 기억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을 불어넣으셨던, 하느님을 닮은 모습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비슷한 고백을 남겼습니다. “주님, 당신 안에 쉬기 전까지는 제 마음이 평안할 수 없습니다.”

 

30년 동안 마음 한편에 성당 종소리를 품고 살아오신 그 자매님, 하느님을 향한 그 내면의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매님은 하느님 안에서 쉼을 얻고 싶어서 다시 고백성사를 보았고, 이제는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삶을 살고자 하십니다.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디세우스 이야기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끝낸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습니다. 바다에서 표류하고, 괴물도 만나고, 유혹도 많았지만, 결국 그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유혹도 있고, 실패도 있고, 길을 잃을 때도 있지만, 우리는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나라, 영원한 본향입니다. 성경에서도 이런 귀향의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는 처음에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서 빛 가운데 주님을 만납니다. 그는 눈이 멀었고, 나흘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그는 자신이 길을 잃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오로는 회개했고, 사도가 되었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싸워야 할 좋은 싸움을 싸우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오디세우스처럼, 바오로 사도처럼, 그리고 제가 만났던 자매님처럼, 돌고 돌아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는 눈물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외로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길 끝에는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누구나 떠나야 할 그날,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회개와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 자매님이 고백하신 대로, “남은 날 봉사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라는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문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너의 이름은 내 손바닥에 새겨져 있다.” 하느님은 잊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의 손바닥에 새겨진 존재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지난날을 헤아리시되, 사랑으로 품어주십니다. 돌아온 자매님처럼, 우리도 그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오늘, 이 순간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죽음 이후에 가는 곳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 안에서 시작되는 곳입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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