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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4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11 조회수200 추천수4 반대(0)

지난 성 목요일입니다. 주님의 만찬 미사가 있던 날입니다. 심장마비 증상이 있는 형제님이 응급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자성사를 준비해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형제님은 증상이 심하게 오지 않았고,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예전에 신장결석 때문에 통증이 심했는데, 이번 증상은 그때보다 더 심했다고 하였습니다. 차량 봉사 자매님과 오며 가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매님은 봉사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이웃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전날에도 형제님 병원 입원 절차를 도와주면서 새벽까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반짝이는 신앙인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자매님은 성 목요일 만찬 미사를 마치면 그동안은 밤을 새워 기도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구역별로 1시간씩 정해서 기도하는데, 자매님은 주님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많아서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힘도 들어서 1시간만 기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이런 음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나는 1365일 너와 함께 있는데, 너는 고작 하루 그것도 밤을 새우는 것인데 그것이 그리 힘이 드느냐!” 자매님은 아직은 건강이 허락되니 이번 성 목요일에도 밤을 새워 기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자매님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밤을 새워 기도해 보자!” 본당 교우가 밤을 새워 기도하는데, 본당 신부도 일 년에 하루인데 그 정도는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 몇 시간은 해 보았지만 밤을 새워보자는 마음은 처음 먹었습니다. 기도를 마친 구역과 인사하고, 새로 오는 구역을 맞이했습니다.

 

좋은 사제가 좋은 교우를 만들고, 좋은 교우가 좋은 사제를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박해 시대에 프랑스에서 외방 선교회 사제들이 들어와서 사목했습니다. 신부님들은 낯선 곳에서 힘들게 사목하였고, 기꺼이 순교의 영광을 받았습니다. 조선의 5대 교구장인 다불뤼 주교님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박해가 심해지면서 공소를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전국에서 교우들이 고백성사를 보기 위해서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교우들은 몇 날 며칠을 걸어왔고, 발은 퉁퉁 부었습니다. 그렇게 교우들은 눈물의 고백성사를 보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습니다. 주교님은 그런 좋은 교우들이 있기에 순교할 때까지 교우들을 위해서 사목하였습니다. 주교님은 이렇게 말하면서 순교하였습니다. “예수님을 가지면 전부를 가진 것이 됩니다. 하오니, 주님, 전부인 당신이 저를 차지하소서. 당신께 온전히 소유 당한 자 되게 하소서! 제 마음의 곳간에 탐욕이 아니라 사랑을, 저 자신이 아니라 주님을 채우게 하소서.”

 

우리 삶은 늘 바쁩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피곤함도 쌓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이런 물음을 들어야 합니다. “나는 너와 항상 함께 있는데, 너는 하루조차 나와 함께 깨어 있을 수 없느냐?” ‘몰입(flow)’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몰입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든다. 몰입의 순간에 인간은 가장 인간답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깨어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가장 인간답습니다. 그분과 함께 숨 쉬고, 그분께 마음을 드리고, 그분께서 나를 채워 주시는 순간 우리는 새로워집니다. 그분은 바로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 우리의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오늘도 묻습니다. “너는 나와 함께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느냐?” 그 물음 앞에, 오늘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그분께 드릴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전부를 얻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우리가 서로의 길에 신앙의 빛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주님 안에서 깨어 기도하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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