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4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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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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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14 | 조회수123 | 추천수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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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소식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날,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천상 낙원으로 인도하셨음을 믿습니다. 2013년에 교황으로 선출되어 12년 동안, 교황님은 세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교황님과 작은 인연이 있습니다. 2014년, 교황님은 124위 순교자 시복식과 아시아 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교구 성소 국장이었고, 방한 준비위원회의 영성 신심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가까이서 뵈었던 교황님의 모습은 지금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교황님은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셨습니다. 족히 30년은 된 듯한 가방이었습니다. 교황님의 검소한 성품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서울대교구의 신축 청사를 축복하셨을 때도, 방명록에는 작고 소박한 글씨로 한쪽 구석에 사인을 남기셨습니다. 교황님의 겸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의전차량으로는 고급 차가 아닌, 한국의 경차인 쏘울을 선택하셨습니다. 교황님의 소탈한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결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그 사람의 마음도 있다.” 저는 교황님이 있었던 곳이 생각납니다. 교황님이 맨 처음 정한 사목 방문지는 ‘람페두사’였습니다. 람페두사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머무는 섬입니다. 교황님은 그곳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네 동생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 마찬가지로 저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이웃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교황님이 람페두사를 방문하면서 유럽은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을 받아들였습니다. 교황님의 마음은 그렇게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입니다. 교황님은 당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교황님의 마음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족들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있을 때였습니다. 교황님은 홀로 바티칸 광장에 서서 기도하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기도하였습니다. 교황님의 마음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아프리카 수단의 정부군과 반군 지도자를 교황청에 초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수단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호소하였습니다. 교황님의 마음은 전쟁의 폐허 속에 신음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교황님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그분이 아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교황님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의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것이 진정한 신앙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책상 위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고통 앞에서 중립하지 않고, 눈물 속에 기도하며, 침묵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높은 자리가 좋은 자리’라고 착각합니까? 그러나 교황님은 보여주었습니다. 낮은 자리가 더 깊은 자리요, 진리의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삶을 기억하며, 그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그 발자국은 가난한 이들을 향해 있었고,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있었으며, 세상의 변두리에 머물렀습니다. 교황님께서 이제는 천상의 평화 속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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